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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정책 국민의견 반영해야”

국어기본법 제정과 국립국어원 개원에 부쳐

이대로 | 기사입력 2005/01/19 [16:17]

“국어정책 국민의견 반영해야”

국어기본법 제정과 국립국어원 개원에 부쳐

이대로 | 입력 : 2005/01/19 [16:17]

2004년에 국어 정책과 국민 말글살이에 큰 영양을 줄 두 가지 큰일이 있었다. 하나는 국어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일이고, 하나는 국립국어연구원이 국립국어원으로 바뀐 것이다. 이 두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힌다.


2004년이 저물어 가는 지난 12월 29일에 국어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어기본법은 내가 바라던 법이지만 그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한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또 한 계단식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에서 지난 여름 국회의원들을 만나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하면서 국어기본법안을 빨리 손봐서 통과 시켜줄 것을 열심히 부탁하고 다닌 사람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 법을 만들고 다듬은 분들과, 한자파의 반대를 듣지 않고 통과시킨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지난날 국어 정책과 관련된 법은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는 한자를 병용한다”는 한 줄 짜리 한글전용법(법률 제 6호)뿐이었다. 한글전용법은 일제 때 모든 공문서가 일본 말글로 쓰던 것을 그들이 물러가면서 우리 말글로 적게 한 하나의 조항으로 된 빈약한 법이지만 한글이 이 땅에 뿌리내리는 데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큰 업적을 남겼다. 이 법이 있기 때문에 한글이 태어난 지 500년이 넘어서 모든 국가 공문서를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게 되었으며 학생들 교과서도 한글로 쓰게 되었고, 많은 책과 신문도 한글로만 쓰는 세상으로 이끌었다. 이 법은 미비한 법이지만 그 몫을 단단히 한 고마운 법이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이 법을 살리고 지키는 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한글로만 쓰기로 한 이 법은 잘못된 것이라며 없애려는 무리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 법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어학자요  언론인, 이 나라 지배층인 일제 세대들이 중심이 되어 모임까지 만들고 정치, 경제, 학술, 언론계를 지배하고 치밀하고 끈질기게 이 법을 죽이고 없애려 하는 걸 그냥 둘 수 없어 그들과 싸웠다.


 한글을 빛내 주어 고마운  한글전용법이여! 안녕!


1967년 우리 대학생들은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고 대통령과 정부에 “왜  한글전용법을 지키지 않느냐!”고 외쳤다. 그래서 그 때 박정희 대통령은 그 소리를 듣고 깨달은 바 있었는 지 그 다음해에 강력한 한글전용정책을 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제 한자혼용에 길든 지식인과 친일 찌꺼기들은 그걸 가로막았다. 일본 식민지 앞잡이를 기르는 일제 때 경성제국대학 출신 학맥과  친일 정치인, 언론인들이 그들이다.


나는 그들의 잘못을 깨닫게 하려고 한글을 사랑하는 대학생들과 또 한글단체 분들을 모시고 많이 애썼다. 정부에 수없이 건의도 했고 국민들에게 우리 뜻을 밝히는 성명서도 냈다. 그래도 되지 않아 노태우 정권 때는 그들에게  내용증명도 보내고, 국무총리와 장관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김대중 정권 때는 한글 주검 상여를 만들어 가지고 한글학자와 시민들을 이끌고 종합청사 앞으로 가서 한글 죽이는 국무총리 물러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기도 했고, 덕수궁 세종대왕 앞에서 이 법을 지킬 걸 다짐하고 100미터가 넘는 펼침막을 만들어 끌고 종합청사 쪽으로 가면서 우리말과 우리얼을 죽이려는 일제 찌꺼기를 쓸어내자고 외치다가 조선일보 앞에서 경찰에 제지당하고 현수막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제 그 한글전용법이 국어기본법으로 탈바꿈했다. 한글전용법이 사라졌지만 죽은 게 아니고 더 많은 일을 할 새로운 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듯 말이다. 그러나 이 법이 제 몫을 다 하기엔 모자란 게 많아 만족하지는 않는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 몇 가지만 적어 본다.


첫째, 한글과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쓰자는 여러 규정이 있는 데 그 걸 지키지 않을 때 바로잡을 조항이 없다. 지난날 한글전용법도 규정과 원칙만 정한 권장법이어서 공무원들이 그 법을 지키지 않고 무시해서 그 법의 권위가 서지 못하고 헛돌았다. 50년이 지나도 일부러 어기는 자까지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대통령 시행령에서라도 그 법을 지키지 않을 때 바로잡을 규정이 있어야 한다. 관련 공무원이 지키지 않거나 일부러 어길 때 큰 처벌은 아니더라도 징계하던가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라도 있어야 한다.


둘째, 기업이나 언론기관이 우리말이 아닌 외국말을 함부로 쓰는 일과 우리말을 바르게 쓰지 않을 때 바로잡을 규정이 없다. 이른바 영어나 외국말글로 기업이름을 짓거나 외국어로 광고하고, 잘못된 우리말을 퍼트려서 국민 말글살이를 어지럽게 할 때 바로잡을 규정이 없다. 지금 법은 국가기관이나 정부 투자 공공기관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시행령에서 일반 국민과 개인 기업도 참여할 규정이 정해져야 한다.


셋째, 국어를 살리고 바르게 쓰자는 법이니 문장이 가장 우리말답고 쉬워야 하는데 기존 일본식 법률문장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법이 일본 법 문장을 그대로 베끼다 시피해서 읽고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학교를 많이 다이지 않은 노인이나  어린 아이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 책에서나 쓰는 낱말이나 말투가 아닌 보통 한국인들이 집에서 쓰는 낱말과 말투여야  누구나 쉽게 읽고 알아 스스로 법을 지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그렇지 않아도 시험지옥이라고 하는 우리 교육풍토에 국어검정시험이 또 하나의 시험을 더하게 만들어 부담을 줄 수 있고 특정 단체나 기관의 돈벌이로만 될 위험이 크다. 그 시험은 특정 학교나 기관에 맡겨선 안 되고 나라에서 돈을 받지 않거나 조금만 받고 직접 출제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그래야 권위도 서고 효과가 있다. 국어검정시험에 한자나 외국말, 어려운 한자말을 아는 지 측정하는 시험이어선 안 된다.


국립 국어원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지난해 11월 문화관광부 직제를 개편하면서 국어정책과를 없애고 그 업무 대부분을 국어연구원에게 넘겼다. 그리고 국어연구원의 이름을 국어원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지난해 한글날 전에 국어정책을 더 강하게 펴야 할 판에 국어정책과를 없애고 그 업무를 연구기관인 국어연구원으로 넘긴다는  소문을 듣고 그럴 게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어정책청을 새로 만들어 위기에 처한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정책을 더 세차게 펴나갈 것을 건의한 일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 건의엔 아무 대답이 없고 11월에 소문대로 조직개편을 했다. 그리고 왜 누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문화관광부와 국립 국어연구원 누리집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말도 찾아볼 수 없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나라요 공무원들이다. 그래서  국어연구원이 국어원으로 바뀌고 국어정책 행정업무를 맡게 된 데 대한 문제점과 내 생각을 적어본다.


첫째. 앞에서도 말했듯이 왜 누가 국어정책과를 없애고 국어연구원에 그 행정업무를 넘겼는지 국민에게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말을 살리려고 하는 지 한글을 죽이려고 하는 지와 앞으로 어떻게 하겠는지 계획과 방침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그런 궁금증도 풀어주지 않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요 직무태만이다.


둘째. 그렇지 않아도 이 나라엔 국어정책이 없다고 하는 판에 연구기관이고 또 중앙부처가 아닌 외청으로 국어정책 행정업무를 넘긴 건 잘못이다. 국어정책이 갈 곳을 몰라 헤매는 꼴이고 천대받고 있다는 표시다. 지금 문화관광부는 골치아프고 생기는 거 없는 업무를 내 던졌으니 시원하다는 표정이고 국어원은 권력과 돈이 손에 들어와서 좋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거로 보인다.


셋째. 우리는 국어연구원이 이름만 국어원으로 바꾸었다고 국어정책 업무를 제대로 잘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수나 공부하는 대학원생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 연구자들이 봉사정신을 가지고 행정을 잘 볼지도 의문이고 국민 국어생활을 잘 보살피고 이끌지도 의문이다. 어문규범연구부가 언어정책부로, 어문실태연구부가 국어진흥부로 이름만 바뀌었다고 똑 같은 사람이 같고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데 일을 잘 할 지 의심이 간다. 


넷째, 국어기본법 시행 업무, 국어심의회 위원 구성 등을 국어원에 맡겨선 안 된다. 그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능력도 자질도 없다고 본다. 국어기본법은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쓰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날 국어원은 한글말 쓰기와 우리말을 살리는 일에 힘쓰기 보다 오히려 가로막았다.


다섯째. 국어원은 국어연구원으로서 지난날 한 일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잘못한 일은 국민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 100억이란 나랏돈을 들어 통일을 준비한다고 통일사전을 만든다면서 엉터리 표준국어사전을 만든 것이 그 잘못된 본보기다. 지금 통일단체에 통일사전을 다시 만들려고 나랏돈이 다시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정신상태와 자세로 일을 한다면 국민 세금만 날리고 우리말을 죽이고 국민을 더 실망시킬 게 뻔하다.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과 함께 우리말을 살려라


끝으로 이번 국어기본법 제정이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서 우리 국어가 한자와 영어로부터 해방되고 독립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힘쓸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국어원 개원이 국어독립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국어기본법안에 대해 최근에 국어연구원장 출신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한자 되살리기 운동에 앞장선 일을 주목한다. 대통령은 앞으로 국어기본법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또 국어원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의 의견을 듣고 여러 문제를 토론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구렁이 담넘어 가듯해선 국어기본법을 만든 보람이 없고 조직 개편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우리말은 특정 학교 출신이나 학자나 공무원만의 것이 아니고 온 겨레의 것이다. 국어 정책 또한 학자나 특정  패거리들만의 생각으로 만들고 시행되어서도 안 된다.  오늘 우리뿐 아니라 먼 뒷날 자손들까지 생각하며 투명하고 폭넓게 연구, 토론을 거쳐 법안에 부족한 걸 시행령이 보완해야 한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는 방향에서 시민단체와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달라.


나라 일이 어린이 장난이 아니기에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국민은 바보가 아니고 나라의 주인으로서 알 거를 알고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하는 기관이고 정치인과 공무원은 국민의 일꾼임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일하라.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들을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국민이라도 그런 자리와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 이 기사는 참말로(www.chammalo.com)에 연재되고 있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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