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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서 배워야 할 연정 해법

연정의 관건은 정당간 과거사에
떳떳하고 국민지지 있어야

강대진 | 기사입력 2005/09/21 [08:29]

독일 총선서 배워야 할 연정 해법

연정의 관건은 정당간 과거사에
떳떳하고 국민지지 있어야

강대진 | 입력 : 2005/09/21 [08:29]

[해외 논단] 독일에 강한 대연정 바람이 불고 있다.
 
9월 18일 있었던 독일총선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안개정국 속에서 많은 독일 국민들이 사민당과 기민당의 대연정 형태의 강력한 정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민영방송 rtl은  설문조사기관 forsa에 의뢰하여 연정의 형태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3%가 대연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민 기사당, 자민당과 녹색당연합의 연정은 27%의 지지를 받았으며,  응답자 15%는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연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독일 국민들의 대연정 지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연합정부 형태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대연정은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당시 슈테른과 민영방송사 rtl은 forsa에 의뢰 9월에 있을 선거결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합정부의 형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37%가 사민당과 기민당의 대연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연정이 독일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바름직한 정치연합이라는 것이 이유다.
 
근 30년 동안 경제의 고속성장을 달리며 유럽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독일경제가 하루아침에 유럽의 문제아로 전락한 것이 그 주원인이다. 실업문제, 연금문제, 신용불량사태, 독일경제를 대표하는 자동차 업계의 추락, 낮은 생산성, 경제 인구의 고령화현상 그리고 it분야의 실패 등 걷잡을 수 없는 경제문제는 독일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1966년에 있었던 사민당과 기민당의 연정으로 인한 ‘슈퍼정부’를 만들었던 독일이 강력한 정치메카니즘의 형성으로 당시의 경제위기를 넘겼던 경험을 다시 한번 살려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애매한 이번 선거 결과에 기민당 안겔라 메어켈과 독일 전 총리 사민당의 슈뢰더는 자신들의 집권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대연정 가능성은 낮게만 보인다. 선거 직후 쉬뢰더 전 총리는 기민당과 대연정 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나 이러한 분위기도 단 하루만에 바뀌었다. 현재 기민당과 사민당은 자당에서 수상이 나와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독일 국민들의 73%가 재선거는 없어야 하며, 정치권이 연정에 대해 합의를 끌어 내야한다고 밝혀 사회당과 기민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대연정, 어떤 문제를 몰고 올 수 있나?
 
과거 독일의 경우 1966년 사민당과 기민당의 대연정으로 슈퍼정부를 탄생시키며 전후 처음으로 들이닥친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등 현재 통일된 국가를 예비하는 초석을 다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연정 후 독일의 정계는 거대한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에 직면하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1966년 당시 기민당은 기사당 그리고 자민당과 연합정부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조세개정안을 두고 치열한 내부공방을 벌이게 되었는데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연합정부가 갈라서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민당과의 대연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당시 세계경제에 주류를 이루던 케인즈이론에 따라 독일의 경제는 국가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필요로 한 시기였으며, 독일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이에 따른 적자정책을 펴야 했다.
 
급격히 솟구치는 실업률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그리고 노사분쟁의 심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이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즉 독일사회는 당시 들이닥친 경제 위기로 인해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화합이 이루어진 상태였던 점이 지금 대연정을 논하고 있는 한국과 다르다는 점이다.
 
양당의 전통적인 지지세력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타당에 대한 거부감이 국민사이에 사라지는 것이 대연정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국가적 환란이나 위기가 있어야 한다. 정치권의 권력집중에서 나타나는 폐단을 감수할 만큼 극한 사회적 상황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의 경우 비리와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정치권의 비리척결이 아직까지 개혁대상 1호인 점과 국가환란의 주범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의 목적이 국민들이 공감하는 최우선과제인지, 또 그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대연정의 또 다른 여러 문제점들은 독일의 과거사에서 쉽게 발견된다.
독일의 대연정은 곧바로 정치권의 권력을 집중시켰고 이를 견제할 원내정치세력을 소멸시켰기에 이에 따른 정치권력의 투명성 부재현상을 가져왔다. 이를 막기 위해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원외야당조직(apo)을 만들어 여당의 독선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치교육연방센터(bundeszentrale fuer politische bildung)에 따르면 원외야당의 등장으로 국가기관과 정당의 권위가 실추되었으며, 시민사회와 권력간의 정치적 분쟁은 커져 갔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움직임이 강렬해 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즉 대연정을 통해 탄생한 강력한 정치(지도)체제가 절대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으로 개혁의 완수는커녕 국민들과 전선을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대연정은 또한 학생운동을 가장 격렬하게 만들었다. 독일의 유력주간지 <슈피겔>은 당시 유럽사회 곳곳에 묻어있던 권위의식에 도전하며 나치세대를 거치며 살아온 기성세대에 반발했던 학생운동이 대연정으로 인해 정치권으로 심화되었고, 결국 유럽을 흔들어 놓았던 68학생운동은 베를린을 중심으로 가장 격렬히 분출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연정이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지역감정이 오히려 더욱 격렬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민당과 기사당이 독일좌파정당인 사민당과 대연정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과거사에 자유롭기 때문이었다.
 
즉 양당의 지지층이 갖는 서로에 대한 거부감은 정책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차이에서 나왔던 것이었지 나치시대의 인권박탈이나 일부 정권의 부정부패로 인한 혐오감도 아니었다. 한국의 일부지역이 아직까지 과거 정권에 피해의식이 있고, 이 또한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완전 치유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연정의 등장은 일부 지역 국민에게 소외감을 던져 주며 이에 상응하는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대연정이 몰고 오는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연정은 강력한 양당의 권력분배를 전제조건으로 하기에 타협과 협상이라는 고난도 정치적 기술을 요한다. 독일사회는 합의주의 사회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독일은 양세력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그 틀 안에서 정치적인 합의점을 찾는데 익숙한 정치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 있었던 노사갈등문제도 노동자에게 정책참여의 길을 열어 노사간의 대등한 역학관계를 형성케 한 뒤 합의점을 찾으며 노사분쟁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이에 능숙하지 못한 한국정치사에서 권력분배를 두고 밀고 당기는 양당의 힘겨루기는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며 이는 곧 대연정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독일통신원


... 이 기사는 본사와 대자보(www.jabo.co.kr)와의 뉴스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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