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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왜곡보다 경부운하가 무섭다

주변 문화재 조사에만 천문학적 비용 소요

황평우 | 기사입력 2008/04/21 [15:51]

일본 역사왜곡보다 경부운하가 무섭다

주변 문화재 조사에만 천문학적 비용 소요

황평우 | 입력 : 2008/04/21 [15:51]
▲ 황평우.     
[문화칼럼]
인류문명은 강에서 시작됐다. 전곡리·미사리·암사동 등의 유적지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역시 강을 따라 선사시대(신석기·구석기·청동기문화) 역사와 문화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강을 훼손하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일본의 어느 학자는 일본에 없는 구석기 유물을 몰래 묻어놓고 발굴을 했다가 그 후 거짓이 탄로가 나 국제적 망신을 샀다. 중국 또한 티베트와 한반도의 역사를 왜곡하는 서역공정과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찰, 성, 서원, 석탑, 배 유적... 그대로 묻을 순 없다
 
운하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이 하는 역사왜곡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역사유적을 운하 건설로 모두 훼손하는 것은 역사왜곡보다 더 무서운 역사 문화 말살인 것이다.
 
2005년도에 발굴된 경남 창녕 비봉리 신석기시대 배 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시대 배 유적이다. 기원전 6000~8000년의 것으로 추정하는데, 곧 교과서에 등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운하가 추진된다면 배가 발견된 세계적인 유적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이렇듯 강 주변에는 우리가 아직도 조사하고 보존해야할 문화재들이 무수히 흩어져 있다.
역사시대(삼국·남북국·고려·조선)의 강은 현재의 도로처럼 중요한 물류 운송로와 주요 교통로로써 전략적 요충지였다.
 
고구려·백제·신라는 한강을 비롯한 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운명을 걸기도 했다. 따라서 주요 교통로인 전략적 요충지를 지키기 위해 성곽과 진지(성곽 -고구려 보루성, 장미산성, 온달산성 등)를 구축했다.
 
또한 지리적인 이점으로 풍납토성과 같은 한 국가의 수도가 존재할 수 있었다. 수많은 무덤(고분군)은 현재도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많은 보물들이 있다. 고대 국가에서는 매장을 할 때 당시 최고의 보물을 같이 매장했기 때문이다. 또 물류와 전략적 요충지인 주요 거점에는 사찰(신륵사, 충주 탑평리 7층 석탑, 원주 법천사 등)이 존재했다.
 
고려와 조선에는 물류 운송을 하며 강폭을 넓히면서 토목공사도 했다. 대구의 도동서원과 같은 교육 기능을 하는 서원도 강 옆에 있고 각종 나루터에는 서민의 채취가 묻어 있는 민속 문화유산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는 이러한 유적지를 통해 과거의 역사와 건축기법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강 주변에는 고고학·미술사학·민속학·지질구조학·동식물학·건축학적인 문화유산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한다.
 
강 주변의 수많은 문화제는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문화재청이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한반도대운하 예정지 주변의 지정문화재 (국가·시도 지정)는 72곳(한강·낙동강 주변 반경 500m 이내 지역), 매장문화재는 177여 곳(한강·낙동강 유역 반경 100m 이내 지역)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 내용은 한반도대운하 전체의 문화유적이 아닌 한강·낙동강 등 경부운하 주변에 있는 지정 및 매장문화재 분포다. 실제 한반도대운하 2100㎞에는 수천, 혹은 수만의 문화유적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 높다.
 
게다가 이번 보고는 정밀도가 낮은 기존 문화재 분포지도만 대상으로 보고한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 대한 정밀 문화재 조사를 할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문화유적이 분포할 수 있다.
 
현재 정부(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각 시·군 별로 매장문화재 분포지도를 작성했지만 그 정확도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에 영향 받을 것을 우려해 축소 보고하거나 조사방식이 지표에 대한 육안 조사였기에 그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실제 운하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터미널·갑문·수중보·연결도로·편의시설·관광단지 등을 포함할 경우 문화유적 분포 반경 면적은 1㎞가 될지 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매장문화재 분포지역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 발굴조사기관은 법인과 대학을 합쳐서 총 141곳(문화재청 자료)에 불과하다. 각 기관마다 평균 전문 인력은 법인의 경우 20명에서 50명(3~4곳) 이내이며 대학의 경우는 3~5명이 전부이다.
 
이를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재 조사인력은 1900~20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각 문화재 조사 기관마다 조사하고 있는 지역이 많아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중단하고 경부운하 예정지 주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도 막대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실제로 운하 주변 사유지 등 보상 후 발굴을 할 경우에는 기간이 훨씬 증가할 것이다. 조사 중 풍납토성과 같은 중요 유적이 발굴될 경우, 정밀 조사를 거쳐 보존 또는 이전 문제로 막대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풍납토성은 보상 문제로 10년 넘게 조사를 하고 있지만, 전체 작업은 채 1/3도 마치지 못했다.
 
한반도대운하를 진행하면서 문화재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것이다. 만약 문화재 조사의 모든 전문 인력이 한반도 운하에 투입된다면 실제 민생 현안이 대두되고 있는 소규모 발굴이나 기타 구제발굴은 모두 중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현재 인력 구조로는 몇 십 년이 걸려도 정밀 문화재 조사를 할 수 없다.
 
천문학적인 발굴 비용... 부족한 조사 인력
 
청계천의 예를 보자.
 
청계천 5.8㎞ 구간의 경우 문화재 지표조사(문헌 및 육안 조사) 비용은 5000만원이 사용되었으며, 시굴조사(전면 발굴이 아닌 부분 발굴)와 유적이 있는 곳의 발굴비가 6억~8억원 정도 소요되었다.
 
운하 추진 측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대운하는 총 2100㎞다. 이는 청계천의 약 362배 길이에 해당하는데 발굴조사비만 최저 2300억원 이상 소요된다는 산술적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하상의 둔치를 발굴하는 것은 늪지대 발굴과 같아서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며 비용도 증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운하를 파기 위한 사전 문화재 조사에만 수천억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한강과 낙동강을 비롯해 우리나라 5대강에는 문화재가 분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계천 발굴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적이 없을 것으로 단정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각종 문화재가 쏟아졌다.
 
우리의 강에는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대학교재까지 기술되어 있는 수천수만 년 동안 켜켜이 퇴적되어 있는 선사유적(구석기·신석기· 청동기유적)이 존재한다. 그리고 역사시대에는 주요 교통로였던 강줄기를 따라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토목공사의 기법들이나 방어를 위한 성곽, 진지와 고분군, 승병들이 거주했던 사찰터, 사찰의 주요 문화재, 강을 따라 형성되었던 역사문화유적과 생활문화유적(목계장터 및 나루터 등)들이 존재한다.
 
또한 운하 개발로 사라질 강 주변의 동식물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하며 특히 지질구조에 대한 연구조사도 해야 한다. 따라서 고고학·미술사학·민속학·지질구조학·동식물학·건축학적인 조사를 총망라해서 문화재 조사를 한다면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증가될 수밖에 없다.
 
국가 및 시도지정 문화재의 경우 운하 때문에 매몰된다면 이전 또는 수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 및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전 및 복원을 하려면 특별법인 문화보호법에 따라 국가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지정문화재의 매몰에 따르는 이전 및 복원 비용 문제가 발생하며 마찬가지로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수백, 수천년을 제 자리에서 이어온 역사문화 유적은 본래 자리에 있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해당 문화재를 함부로 이전하는 것은 역사 파괴행위이므로 가능하면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존재하는 역사문화 유적을 당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역사와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청계천은 5.8km짜리 하천, 경부운하는 2100㎞짜리 강
 
우리나라 강은 수 만년을 흘러오면서 유역의 형태가 변화되었다. 따라서 선사시대 및 역사시대의 생활 유적이 유역 변경에 따라 하상으로 유입돼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시대 우리나라의 강은 중요한 교통 및 교역로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주요 지점에서 고대 토목공사를 해왔다. 이에 따른 당시의 토목공사 기법이나 청계천에서 보듯이 각종 생활유적들이 출토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내륙 포구(목계 나루터 등) 주변에는 생활 민속 유적들이 매장되어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이 문화재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수중 지역들도 필요하면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발굴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수중 발굴 인력 및 장비는 현재 거의 없는 상태다.
 
이명박 당선인 쪽은 한반도대운하를 문화적 물길로 복원해 세계 수준의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운하가 뻗어가며 도미노처럼 훼손될 수밖에 없는 지역 주민의 살림과 문화유산 그리고 생태계 파괴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게다가 개발 이익은 지역 주민이 아닌 타지의 부동산 자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관광운하는 관광산업 육성을 취지로 한다고 돼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민생형 다목적 담수호가 많은 내륙 물길과 어울릴 수 없는 크루즈관광, 적자 산업인 컨벤션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생태 파괴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정책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개발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건설자본만 배불릴 공약이 문화정책으로 버젓이 논의된 것이며, 유네스코에서 권장하는 에코형 관광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복원 이전 청계천은 난개발의 표상이었다. 그래서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복원하자고 주장했고 이를 받아서 추진한 사람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었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 달리 역사문화 복원은 하지 않았고 거대한 어항을 만들어 주변 소수 토지 업자들에게만 유리한 사업으로 진행됐다.
 
최근 운하 추진측은 청계천과 비교를 하는데 청계천은 잘못된 것을 복원하자는 것이었고, 운하는 40여 년 전에 청계천을 덮어버린 난개발과 같은 것이다.
 
운하 개발은 유네스코의 지속가능한 발전 위배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유산보호협약을 통해 인류의 탁월한 가치를 지닌 인류의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나섰다. 이는 자연과 문화유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었던 것을 통합 하는 의미 있는 국제협약이다.
 
그리고 1992년,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제16차 총회에서 문화경관이 가지고 있는 결합적 가치, 즉 주민과의 관계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호와 연계해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한다.
 
인류의 탁월한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 문화의 이분법을 탈피해 보다 적극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따른 실무지침서를 개정했다.
 
이 지침서는 제10항에서 문화경관을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이 항목에 부합되는 유산 중 탁월한 가치를 지닌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첫째, 인공조성 경관(clearly defined landscape): 정원·공원 등으로 심미적 가치 보유. 둘째, 진화 경관(organically evolved landscape): 사회·경제·정치·종교적 함축된 의미를 지니면서 자연환경과 결합되거나 반응하여 발전된 경관. 셋째, 결합적 경관(associative landscape): 주로 자연환경에 반응한 문화적 결합체.
 
세계유산협약은 크게 3가지, 즉 문화유산·자연유산·혼합유산으로 분류하고 문화경관을 위의 유산 중 문화유산의 카테고리로 포함시켰다.
 
1992년 실무지침서의 개정이후, 2003년까지 30여 개의 문화경관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그러나 이전에 등재된 유산을 포함하고 문화경관 개념을 넓게 감안한다면 이미 등제된 유산 중 약 100여점(유럽 66, 아·태 21, 라틴 5, 아랍 3, 아프리카 5점) 가량이 문화경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세계유산 등재는 모두 7점이나 불국사·석굴암을 제외하면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사적과 기념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아·태지역에서 역사마을, 민속마을, 문화경관에 속하는 유산들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되는 등 새로운 유산개념의 국제적 이해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강 주변에는 유네스코가 인정할 만한 역사마을, 민속마을, 문화경관에 속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는 우리나라 웬만한 지자체가 각 지역의 문화와 자연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운하 건설로 인해 한반도의 문화경관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 한국도 인간과 역사, 문화, 자연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한 다양성 보전에 역점을 두며, 지속가능성 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환경개선을 할 때에는 주민들의 삶이 중심이 되고 주역이 되는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 개념이 존중되어야한다.
 
오랜 기간 동안 지역주민들에 의해 시행되어온 전통적 토지사용 형태를 존중하고 마을과 도시, 그리고 역사 속의 정신적 영적 의미, 상징성 등 무형적 가치들이 환경개선 개념에 반영될 수 있는 문화경관 개념이 주체가 되는 입법과 정책이 필요하다./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원본 기사 보기:박물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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