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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살기, 그 큰 즐거움

세속적인 행복지수 초월하는 '사랑의 렌즈'

이강원/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 | 기사입력 2008/08/28 [11:58]

느리게 살기, 그 큰 즐거움

세속적인 행복지수 초월하는 '사랑의 렌즈'

이강원/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 | 입력 : 2008/08/28 [11:58]
▲ 이강원 세계장신구박물관장.     
[오피니언]
지금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일리고 있는 틴아메리카 거장전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그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중남미)는 우리가 그려볼 수 있는 모든 인종과 자연과 문화가 난마처럼 뒤엉켜 있는 곳이다.
 
거기다 오백여 년 간 지속되어온 식민지 생활과 내전 등 험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아직도 멈추지 않아서 정정 불안과 경제위기의 단골지역이라는 불명예의 딱지를 붙이고 산다. 또 극심한 빈부 차는 그 골이 한참 깊어서 금메달감이다. 

그러나 그곳의 사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못 말리는 낙천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고단한 삶에 대해 전혀 불평하지도 않고, 미움의 씨도 쉽게 뿌리지 않는 데다 불행을 느끼는 능력은 거세라도 당했는지 매사를 밝고 단순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들 앞에 서면 누구나 칙칙하고 어두운 마음의 창을 떼어내게 된다. 

돌이켜보면 그곳에서 보낸 10여 년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빨리빨리를 느슨함으로 갈아 끼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무 한 가지, 풀 한 포기. 구름 한 조각도 즐길 수 있는 사랑의 렌즈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렌즈는 남미인의 장기(長技)로 버무려서 만든  그곳의 특산품으로, 이 렌즈를 끼면 세상살이가 아주 재미있고 즐거워진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뜨겁고 솔직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삶을 꾸며 가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그것은 그대로 삶의 묘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을 운영하며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푸는 데도 이 렌즈는 뛰어난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의 치수로 그들을 바라보면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뒤떨어지고, 생을 재단하는 자는 눈금이 숭숭 뚫린 듯 빈틈이 많고, 머리도 우리보다 오래된 모델인지 늦게 돌아가고, 잇속 챙기는 능력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웃음꽃은 우리 것 보다 훨씬 크다. 또  마음의 온도는 우리보다 10도 이상 높아서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돌봐주는데서 행복을 얻고, 삶의 결을 음미할 줄 안다.

바람과 수다 떨며 홀로 걸을 줄 알고, 오후엔 은은한 불빛 새어나오는 카페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느긋한 대화에 빠지고, 11시 지나서 먹는 저녁은 새벽까지 이어져 먹고 춤추며 일상의 리듬에서 훌훌 도망 나온다. 마치 달리(dali)의 늘어진 시계 그림처럼 그들도 시계를 마냥 늘여서 옆에 놓고 지낸다.
 
 신이 이곳 사람들을 만들 때는 지나친 배려를 했는지 아니면 실수로 그랬는지 느림과 낙천의 인자를 듬뿍 넣었나 보다. 그래서 그들이 한 약속은 새겨들어야 한다. 내일이라는 뜻인‘마냐냐’의 참뜻은 내일이 아니고‘언젠가는!’이기 때문이다.
 
또 자기의 현재 모습이 아무리 나빠도 전혀 불만을 갖지 않는 이들은 가난해도 부자에 대해‘나와는 다르게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천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부자들 또한  돈 많다고 무작정 뻐기거나 없는 사람을 멸시하지 않는다. 각자 타고난 그릇의 크기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향유하는 기쁨이 소유하는 기쁨에 못지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삶을 향유하는 방법을 쉽게 찾아내곤 한다.

그곳은 사막부터 열대 우림과 빙하까지 자연의 온갖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특혜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더불어 풍부한 각종 자원은 신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큰사랑을 베푼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곳의 자연 앞에 서면 마냥 피어오르는 질투심을 숨길 수 없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그들의 삶에 대한 자세가 마냥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크게 웃으며 삶의 길을 가고, 우리는 머리 싸매고 뛰는 것도 부족해서 날개까지 달려고 애쓰며 산다는 것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각종 통계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행복지수는 늘 상위권에 머문다.  무작정 따뜻한 마음, 열정, 낙천적 자세. 유머감각, 그리고 느리게 살기!  이런 남미인의 독특한 기질은 점점 더 삭막해 가는 21세기에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그들의  기질을 수입해서 배포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원본 기사 보기:박물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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