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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기다림을 가르칩니다

최창일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19/09/10 [09:21]

기억은 기다림을 가르칩니다

최창일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19/09/10 [09:21]
▲ 최창일 교수.     ©성남일보

[최창일 칼럼] 사람마다 여행 목적은 다르다. C 시인은 여행지에서 박물관이나 무너진 기둥만이 수북한 유적지를 보는 것이 왠지 거부감이 간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 마주친 미라와, 제국의 시절에 전쟁으로 수탈한 각종 유물을 보는 것은 여행 경비가 아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여행이란 그 나라의 숨 쉬는 사람의 모습이 좋다. 그들의 생활 속에서 문화를 느끼고 싶은 것이 여행의 재미다. 외국인이 인사동의 골목을 거니며, 느끼는 그것들을 말한다.

 

여름이 그늘을 만드는 시간, 터키 여행에서 사람이란 늘 같은 생각으로 머무르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특이한 나라다. 국민의 99%가 회교도다. 지리적으로 국토의 3%가 유럽쪽에, 97%가 아시아에 붙어 있다.

 

C인은 이러한 지리적 조건의 터키 에페소 방문을 잊지 못하는 사건을 경험한다. 2,000년의 시간을 기다림으로 살아가는 개를 만난 것이다. 2,000년 전의 기둥만이 널부러져 있는 에페소. 그런데도 정신이 번쩍 드는 광경이었다. 성경에서는 에페소를 에베소서라고 명칭 한다. 물론 발음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여행은  잊지 못할 장면과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터키의 에페소는 로마제국의 4대 도시 중 하나다. 학문의 중심지였다. 에페소의 셀시우스 도서관은 본래의 원형은 아니지만 도서관의 뼈대는 비교적 양호하다. C 시인이 에페소의 도서관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 만난 덩치 큰 개의 눈망울을 잊지 못한 이야기다. 가이드 말처럼 터키에 개와 고양이가 무리를 지어서 도심을 배회하거나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호텔이나 건물 주인이 기르지 않는데도 고양이와 개들이 호텔이나 건물을 제집인양 드나들고 있다. 한 건물에 한 마리 이상은 보지 못했다. 건물주는 개와 고양이에게 깨끗한 물도 준다. 이웃처럼 살고 있다. 신기한 것은 고양이가 있는 건물에는 개가 없다. 물론 개가 있는 곳에는 고양이도 없다. 개와 고양이이게 묻지는 못했으나, 신들의 유적지인 터키의 개, 고양이는 나름의 윤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다시 아카페의 셀시우스도서관 앞으로 온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셀시우스 도서관은 폐허의 유적지다. 사람이 살거나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시 도서관 앞에는 몸을 파는 여인의 발자국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인류역사상 최초 광고물이다. 

 

그 도서관 앞에는 꼬리 없는 종류의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눈망울은 한없이 온순하다. 사람이 가면 더없이 친근하게 대한다. 가이드에 의하면 터키의 개들은 한국 사람을 반가워한다. 마치 터키인들이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 것을 아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원인은 한국인이 마주치는 개들에게 비교적 간식을 잘 주기 때문이다. 개는 동물적 감각으로 간식을 잘 주는 한국인을 알아본다. 근면한 한국여행객은 아침에 먹다 남은 빵을 가방에 넣는다. 그러다 마주친 개에게 준다. 

 

성경에서 바울은 위대한 학자, 사상가다. 그는 어느 날 예수를 만난다. 수많은 사연 속에 바울은 하나님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서슬 퍼런 로마에서  전도 하다가 투옥이 된다. 말이 투옥이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바울이다.

 

그는 에페소를 두 번을 방문했다. 그리고 에베소서를 기록한 저자다.

 

분명 눈망울이 맑은 개는 분명 바울을 만났다. 바울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약속과 사연을 가졌다. 개의 수명이 13년 정도라면 가당치 않다. 그러나 개의 부모나 할아버지가 바울을 만났을 것이다. 개는 첫 주인을 잊지 못한다.  보살펴준 은인을 잊지 않는다. 시인은 필연코 도서관 앞의 개는 바울과 99개의 비밀과 같은 사연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지 않고는 저리도 애절한 눈망울로 기다릴 순 없다. 

 

동물과 조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버지, 엄마의 유전인자는 자식에게 전달된다 한다. 남산의 비둘기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선조의 유전인자는 사람이 비둘기를 잡거나 헤치지 않는다는 인자가 입력되었다. 그런 의미로 해석을 해도 분명하다. 아카페의 눈이 깊고 까만 개는 분명 2천 년 전의 바울의 약속을 기다린다.

 

기억은 기다림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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