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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륵이 우리 곁에 있다면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1/11/15 [08:54]

이미륵이 우리 곁에 있다면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1/11/15 [08:54]

[최창일 칼럼] 눈으로 듣고 가슴으로 뛰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었다. 여행은 뜻하지 않는 예도 있다. 

 

일제 강점기, 3.1운동 전단을 뿌리다가 독일로 망명 한 이미륵 소설가 경우다. 한국문인협회와 C시인은 2008년 5월 이미륵 소설가와 독일 문학을 만져보는 여행의 시간이다. 

한국문인협회는 해외에 거주하면서 모국어로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격려와 수상의 시간도 가졌다. 해외 문학상의 17회 수상자는 독일에 거주하는 강유일(55. 당시) 작가다. 수상작은 ‘피아노 소나타 1987’ (민음사 펴냄) 였다. 

 

강유일 소설가는 당시 라이프치히대학교(Universitat Leipzig. 1409 설립)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문인협회는 독일의 문인들과 대화 시간도 만들었다. 

 

행사를 마친 협회는 해외 문인들과 정겨운 시간을 뒤로하고 이미륵 소설가가 묻힌 그래펠핑(Grafeling)공원묘지로 향했다.

 

이미륵 교수는 쫓기는 여행자를 넘어 한국 최초 동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압록강을 흐른다>의 작가다. 소설은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이미륵은 1899년 황해도에서 출생. 1950년 5월 20일 독일에 영면, 고독한 작가다.

 

청년 이미륵은 일경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안중근 의사의 조카 봉준 씨의 소개로 마르세유를 거처 1920년 독일 뮌스터슈바르차하 분도회 수도원에 안착한다. 그를 태워다 준 배는 프랑스 여객선 ‘Le Paul Lecat’였다.

 

사람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운명은 달라진다는 말을 이미륵을 통하여 깨닫게 한다. 이미륵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다. 1928년 뮌헨대학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사진 촬영에도 일가견이 있어 독일 신문에 한국의 전통적인 사진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미륵은 그가 전공했던 동물 의학을 뒤로하고 낯선 동양 문화 전파에 힘을 쏟는다. 

 

1948년부터는 뮌헨대학교 동양학부 강사로 재직하며 한학 및 한국학 분야 강의를 한다. 

 

이미륵은 지금으로 보면 청청한 51세로 생을 마친다. 묘지에 묻히던 날, 독일 친구들은 이미륵 박사가 평소 들려준 한국말로 애국가를 불러주었다. 타국의 영면, 3백여 명의 조문객이 경건한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처음 묻힌 곳은 눈이 녹지 않는 공원묘지 외진 곳이었다. 묘소를 관리하고 있던 송준근(60세 전후로 보임) 옹에 의하면 한국 정부와 교포들이 뜻을 모아 공원의 정원이 널찍이 보이는 양지바른 곳으로 1995년 이장을 했다. 독일인이 묻히는 평수보다 세배의 크기다. 우리를 안내한 송준근 옹의 나이를 묻지 않고, 하는 일을 묻지 않는 것이 지금은 후회다.

 

우리 일행이 독일을 방문하였을 때 이미륵의 독일 여자 친구 에파 크라프트(Eva Kraft)는 94세의 나이었다. 우리는 그를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평소 그는 한국인의 방문이 있으면 매우 정중하게 대했다 한다. 마치 이미륵 박사를 대하듯 했다. 후일 이미륵 박사 찾아 40년의 기록, 정규화 저서에서는 그가 제자이며 애인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를 안내한 송중근 옹은 애인이라는 말에 정색한다. 이미륵 박사를 존경하는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추측에 이미륵 박사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익힌다.

 

이미륵이 독일에서 얼마나 인격자로 살았는지에 관한 일화가 있다. 전후 독일경제 사정은 한국의 50년대와 같았다. 시민들은 배급을 받아서 생활한다. 이미륵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는 그가 받는 보급 표에 한 장이 더 딸려 들어왔다. 이미륵은 주저 없이 반환한다. 이런 이 박사를 두고 신문은 미담으로 소개한다. 가짜 보급 표까지 나돌던 궁핍한 시기에 조선의 선비정신을 보여 주었다. 이미륵과 같은 청정(淸正)의 지도자가 그립다.

 

지금은 아무리 둘러 보아도 난세(亂世)의 세상이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도 누구에게 눈을 줄지 마땅치 않다. 이럴 때 선비정신의 이미륵이 곁에 있다면 위로와 격려의 힘을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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