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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와 이혼 가방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2/11/21 [11:02]

헤밍웨이와 이혼 가방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2/11/21 [11:02]

[최창일 칼럼] 공항은 여행 가방의 전시장 같다. 그 누구도 가방을 보면서 뭘 넣고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시도반은 아름다운 가방을 보면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여행 가방은 그저 가방이 아니다. 여행지에 대한 감정을 담아온 것이다. 여행지로 떠나는 가방들은 새로운 인생의 조각들을 넣어 올 것이다. 가방도 꾸준하게 진화를 한다. 마치 사람이 네발에서 두 발로 진화하듯 가방도 두 개의 바퀴에서 네 개의 바퀴로 진화를 거듭하였다. 

  

1910년에 창업한 샘소나이트 가방은 지구를 두 바퀴 돌아도 바퀴가 끄떡없다는 광고문구를 내놓기도 했다. 실지로 지구를 두 바퀴 돌아온 학인은 샘소나이트의 선전 문구가 허언이 아니라 말한다. 

 

가방 때문에 이혼을 한 유명 작가도 있다. 1922년 헤밍웨이가 스위스에서 특파원으로 재직 중일 때 첫 번째 아내, 해들리는 크리스마스에 그를 방문하기로 했다. 부인은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과 복사본을 정리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행용 가방을 파리 공항에서 짐꾼에게 준 후 가방을 찾지 못했다. 가방을 도둑맞은 것이다. 헤밍웨이가 23세에 쓴 첫 번째 소설과 단편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해들리는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으나 헤밍웨이는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천하에 헤밍웨이가 가방분실 사건으로 인생의 동반자와 이별을 나누었다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완서 소설가의 수필집에도 분실된 가방 이야기는 회자 된다. 근 10년이 넘게 베스트셀러인<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소설은 가방의 얽힌 이야기가 이채롭다. 소설은 영화로도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알란은 버스 정류장에서 한 청년이 화장실이 급하다며 트렁크 가방을 맡긴다. 알란은 버스 시간이 급한 나머지 청년이 맡긴 가방을 가지고 버스에 오른다. 가방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 있었다. 돈을 되찾으려는 청년은 조직을 동원하여 도망친 알란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책을 놓지 않게 한다. 유쾌하고 통쾌한 가방에 얽힌 소설이다.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가방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설은 네덜란드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설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이 교류했고 네덜란드와 교류를 했다. 결론은 중국이 일본과 네덜란드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유적지에서 발견된 가방은 선사시대부터 제작해 사용해 온 것으로 본다. 동물의 털가죽이나 식물의 섬유 등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요르단의 유적지에서는 14,000년 전의 가방이 발견되었다. 발견의 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요르단 유적은 의심할 바가 아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최소 기원전 5000년 전부터 패션 용품으로 가방이 사용되었다.

 

14세기 유럽에서는 혼수 중에 핸드백이 포함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발전된 가방은 19세기 말이며 100여 년 내외로 최근이다.

 

백 팩은 등산용 가방이 학생의 가방으로 자연스럽게 건너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 팩이 모 교수가 일상에 사용, 뉴스에 오르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학생, 직장인, 문인들은 백 팩이 몸의 부분처럼 일상화되어 사용하고 있다. 공항에 가면 여행 가방과 백 팩은 자연스럽다. 특히 비즈니스 인의 백 팩은 노트북을 넣기에 적합한 용도가 되고 있다.

 

문인들은 세미나에서 한두 권의 책을 받는 것이 일상사다. 손가방으로 들고 다니는 가방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백 팩을 메면 두 손이 활발하다. 

 

시골 할머니도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다니는 것은 그 옛날의 풍경일 뿐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여행용 가방이나 백 팩의 매출은 상당한 비중이다.

 

낡고 색 바랜 아버지의 가방/그 속엔 무지개가 자라고 있었다./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에도/

별빛마저 사그라진 깊은 밤에도./홀로 돌아온 아버지의 가방/그 속엔 바람이 잠자고 있었다./

무더위에 녹아 땀 흘리던 때도/추위에 손을 녹일 입김이 필요할 때도./불타고 있는 아버지의 가방/그 속엔 용서의 말들이 담겨있었다./오해와 미움으로 술잔을 채우던 날에도/등 돌리고 떠나던 날에도./내 가방은 아직 작다./수첩 하나 볼펜 하나 담배 한 갑으로/가득 차 버려

 

빈자리가 없다./마지막 담배 한 개비 태워버리고/그 자리에 아버지를 차곡차곡 담는다. 김재호 시인의 ‘아버지의 가방’ 전문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다. 그 아버지의 가방은 오늘도 쓸쓸히 가족의 안위를 담고 있다. 가방은 여행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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