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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동물이 같이 사는 정원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3/12/04 [08:28]

야생 동물이 같이 사는 정원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3/12/04 [08:28]

[최창일 칼럼]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서울 조카아이들이여/그 까치밥 따지 말라/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송수권의 ‘까치밥’이라는 시의 일부다.

  © 사진 / 배상열 

대지(大地)의 소설가 펄 벅(1892~1973, Pearl Buck, 유년 시절 중국에서 생활)이 경주를 방문했다. 펄 벅은 1938년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다. 시간은 1960년대다. 당시 조선일보의 기자였던 이규태 선생이 수행했다. 펄 벅은 천년 고궁을 둘러보다가 높이 달린 감을 보았다. “따기 힘들어서 그냥 놔둔 거냐”라고 물었다. 이 기자는 “겨울을 나는 새들을 위해 남겨둔 까지 밥”이라고 설명한다. 펄 벅은 탄성을 지른다. “바로 이거야, 한국에 오길 잘했어, 그건 고적(古跡)이나 왕릉 때문은 아니야, 이 한 가지만으로 충분한 여행이야.”라며 좋아했다는 것이다. 

 

펄 벅은 지게에 볏단을 짊어진 농부가 소달구지 곁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감탄사를 보냈다. 무거운 짐을 지고서 달구지를 타고 가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특별한 인문학이었다. 

서유럽과 한국의 다른 점은 겨울의 야생 동물을 대하는 것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롱우드 정원이 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야생동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트리인 야생 동물 나무를 만든다. 추운 겨울에 먹이가 부족한 야생 동물을 위해 조, 수수, 콩 등의 열매를 활용해 만든 장식물을 나무에 걸어둔다. 지나는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된다. 

 

야생 동물을 위하는 태도는 같다. 한국인의 정서는 살아 있는 생태의 열매를 야생 동물과 나눔을 같이 한다. 1960년대의 한국은 식량이 그다지 풍부한 시기는 아니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야생 동물과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포옹이라는 말은 껴안는 말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자연과 포옹을 하면서 겨울난다. 

▲ 최창일 시인     ©성남일보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산문집이다. 그 자당님의 어진 일상이 감동적으로 씌어있다. 자모(慈母)께서는 겨울에 더운물로 세수하신 후, 물이 식은 다음에 버리시며, 아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치셨다 한다. “뜨거운 물 마당에 버리면, 땅속에 사는 벌레들 눈먼다”라고 한다. 섬진강 시인으로 추앙될 시인의 덕을 가졌다.

 

맹자도 왕이든 제후든 특별한 사유 없이 소나 양을 죽이지 않는 것이 인(仁)이라고 했다. 깊이 생각해보면, 仁이 의(義), 예(禮), 지(智)이기도 하지 않을까. 사단(四端·仁義禮智)은 따로따로이면서 크게 하나인 것 같다. 홍시가 까치에게는 인이고, 편협한 인본주의자에게는 격조 높은 의(義)다. 탐욕은 큰 예(禮)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오롯한 지(智)일 것이다.

감이 위태롭게 달린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겨울나기의 새들에게는 필연의 식량이다. 

 

정원의 새들을 보면 홍시를 그저 먹지 않는다. 한참을 두리 번 거린다. 그리고 주인이 토방에 나와 있으면 주위를 돌면서 예를 갖춘다. 허겁지겁 먹지도 않고 한번 입을 대고 감나무의 주인을 보면서 먹는다. 한국의 까치들은 영리하다. 까치밥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 광경을 본 펄 벅은 중국으로 돌아가서 경주의 까치밥 풍경을 한동안 생각하였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에도 눈이 내리면 헬기에 먹이를 실어 공중 투하를 한다. 춥고 배고픈 겨울일수록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지혜다. 

 

겨울 정원에 새들이 찾으면 정적의 공간이 돌연 동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겨울잠으로, 갔지만 새들은 겨울 정원의 생동감을 준다. 지저귐과 날갯짓 나무에 앉아 휘청거림의 풍경은 한편의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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