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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도난당하는 시집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4/02/05 [08:24]

날마다 도난당하는 시집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4/02/05 [08:24]

[최창일 칼럼] 날마다 도난당하는 시집이 있다. 찰스 부코스키(1920~1994) 시인의 시집이다. 민음사에서 발간된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의 시집으로 알려진 시인이다. 

 

시집의 제목이 그러하듯 염세적이면서 동시에 친근하고, 공격적이다. 그런가 하면 은밀하고 예민한 시인이다. 미국의 서점도 흥미롭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도난을 당한 시집의 통계만 하여도 그렇다. 그의 묘비명 또한 눈길을 끈다. ‘애쓰지 마라’(Don’t Try)라고 새겨넣었다. 

▲ 사진 / 최창일   

시인은 ‘야망을 없이 살자는 야망’이 있었다. 야망이 없이 산다는 것은 그만한 천재성을 가진 찰스 부코스키 같은 인물들이 하는 말일 것이다. 

 

미국의 작가 크리에이터 마크 맨슨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뒤 유튜브에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맨슨은 그의 저서 <신경 끄기의 기술>(2017, 갤리온)에서 ‘신경 끄기의’ 모델로 부코스키를 꼽았다.

 

맨슨은 현대인들이 조바심에 살고 있다. 자신이 뒤처지면 어떨까 하는 조바심의 사회로 비꼰 듯 지적하였다. 조바심은 우울증을 만든다며 ‘엉망진창이어도 괜찮다’라는 마음으로 신경을 끄고 살아도 좋다는 지론의 책이다. 맨슨의 책은 한동안 교보의 베스트 코너에서 1위의 위용을 뽐내기도 하였다.

 

신경끄기에 관한 것은 한국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세계인 모두가 하나같이 신경과민의 세상에 살고 있다. 거울을 많이 보는 여자는 얼굴에 과민하다. 피부색을 예민하게 본다. 정치하는 부류는 정적에 대한 불안이다. 수하가 자신을, 올라서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성직자는 신과의 약속에 과민이 아니다. 인접의 성전이 성장하는 데에 신경이 쓰인다. 학생은 앞선 학생과 성적 비교가 신경 쓰인다.

 

맨슨은 지난 22일 한국을 여행 소감에서 한국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골병 든 나라도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유교주의와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 최창일 시인     ©성남일보

개인의 수치는 가문의 실패와 연결된다. 권위적인 직장 문화는 젊은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준다 보았다. 불안과 우울함이 대물림 되는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맨손의 짧은 여행자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의 지적은 아팠다. 신경을 쓰는 오피니언, 사설을 쓰는 글쟁이들은 하나같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한국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지표가 말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는 10년 동안 전혀 놓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인구 감소,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모두가 자살률과 결이 닿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년 동안 인구 감소에 예산을 투입하였다. 결과는 하나 같이 실패를 하고 말았다. 불임의 여자에게 아이를 못 낳는 것을 탓하는 것과 같다. 불임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정책의 결과로 비유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인구 감소를 줄이고 불임의 사회를 치료하는 것이 인구 감소를 줄이는 것으로 맨슨은 보았을 것이다.

 

한의원에서 오른쪽 무릎이 아프면 오른쪽 무릎을 치료하지 않는다. 오른쪽 무릎과 연관된 곳을 침을 놓는다. 맨슨이 지적하는 것의 원인을 알아가는 것도 정책의 방향을 말한다.

 

젊은 층에 좌절하지 말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 희망의 일자리와 같은 정책을 안겨주는 것이 인구 감소를 줄이는 길이다. 

 

맨슨은 역시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될 자격이 있다. 그는 한국을 강점으로 회복력이 우수한 점을 꼽았다. 

회복력마저 없다면 우리는 절벽이 될 것이다. 외세의 침략에도 우리는 다시 회복하는 강점의 민족이다. 그 강점을 맨슨은 여지없이 보았다.

 

질주만이 마라톤의 목적이 아니다. 위험 신호가 깜박이면 질주의 마라톤을 멈추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기는 사회의 교과서를 그만 폐지해야 한다. 양보하는 사회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도 강점으로 우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되지 않는 것’은 교보의 서점에서 시집이 제일 많이 도난당해야 한다. 시집이 많이 도난당하는 나라가 될 때 인구 증가라는 생태계가 살아나는 나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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