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권 칼럼] 감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대학수능 문제 유출 입시 비리에 교사 27명. 사교육업체 관계자 23명과 대학교수 1명, 평가원 직원 4명 등 56명에 대해 업무방해와 배임수재, 청탁 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교육부에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를 했다고 자진 신고한 교사 322명 중 신고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교사를 우선 조사했다.
이번 수능 입시문제 부정 대형사건 적발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 입시 비리로 기록되어 세인들을 놀라게 했을뿐만 아니라 공분 사기에 충분하다.
문제지 유출의 조직화는 철저히 비밀을 전제로 피라미드식 점조직을 꾸려 문항 거래를 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사설학원을 차리고 문항 판매로 18억 원을 벌었다. 이 중 2억 6000억 원은 교사들이 알선 명목으로 가져갔다. 한 교사는 2020년부터 3년간 문제를 팔아 5,000여 만 원을 받았다. 그는 평가원에 6번 파견되어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으로 5번 참여했다.
출제 문항에 철저한 검증과 엄중 중립을 지켜야 할 평가원이 2023년도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이나 접수되었는데도 평가원 직원들이 문제 삼지 않으려고 서로 짜고 공모한 것으로도 들어났다.
EBS 집필진 어느 교사는 학원 강사에게 6년간 EBS 변형문제 8000여 개를 팔아 5억8,000만 원을 벌었다. 학원가에 미리 유출 시켜 그 학원을 유명하게 만들고 대학입시 내신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간. 기말고사에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시험에 조금 변형된 문제로 출제했다.
일부 학원 강사들은 인근 고교 교사들과 짜고 기말 중간고사 문제지를 비싼 돈을 주고 미리 사 수업해 족집게 강사로 소문나 수입을 올렸다. 시험카르텔 먹이 사슬 형성은 국가 백년대계를 뿌리부터 흔드는 망국의 징조를 만드는 것이다.
영등포 노량진 고시 학원가에서는 각종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재수는 기본이다. 3수, 4수를 하며 고군분투하는 한참 젊은 청장년들에게 정신적 박탈감과 열등감 좌절감을 심어준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만들며 유능한 인재 발탁에 큰 영향을 끼쳐 정의 사회 구현국가 장래에 먹구름 조성하게 되니 반드시 강력한 처벌로 입시부정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시험제도를 통해 인재를 등용한 것은 신라 원성왕 때 독서삼품과 10세기 고려 광종 때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조선조까지 실시한 과거시험이다. 과거 시험부정 사례는 이때부터 조금씩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된다.
과거시험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대체로 문과와 무과 잡과(기술과)가 있는데 3년마다 열리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식년시,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증광시. 별시. 알시 등이 있다.
시험에는 양반이 벼슬길에 오르는 유일한 수단인 데다 최고 관직에 오르는 대과는 최종 합격자가 겨우 23명 이기에 경쟁은 치열했다. 이에 따른 부정행위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 오늘에 이르렀다.
그때도 지금처럼 과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전문 사교육이 성행했으며 그 중에도 고려 문종 때 최충이 세운 구재학당이 유명하다. 그곳에서 지금처럼 족집게 과외와 스승과 제자 1;1 교육이 이루어지자 수강생들이 구름처럼 모아들었다.
과거시험 부정행위는 조선의 멸망 단초 제공했다.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린 19세기에 이르면 과거시험은 혈연 지연 돈(金)으로 공정성을 완전히 잃었다. 세도가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자제들을 과거 급제시키니 몇십 년 공부에 매진한 시골 유생들은 과거장에서 조롱만 당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반면 천자문도 못 뗀 세도가 어린이가 장원급제하는 세상이라고 정약용은 한탄했다.
그러기에 시험부정은 국민의 정서를 극도로 황폐하게 하고 한 국가를 멸망으로 인도하니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최근 들어 한 정치인 일가가 입시 비리에 연관되어 모두 범죄 사실이 실형 해당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아무런 제재 없이 왕성하게 정치 활동하는 사회가 정상인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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