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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선을 모르는 식물의 세계사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24/09/25 [08:05]

한계선을 모르는 식물의 세계사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24/09/25 [08:05]

▲ 사진 / 최창일   © 성남일보

[최창일 칼럼] ‘수목한계선’이라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이나 극지방에서 나무가 생존하는 지점까지의 한계선을 일컫는다. 이번 여름의 혹독한 더위를 지나며 ‘한계선’에 대하여 깨닫는다. 그토록 살 둥 죽을 둥 울던 매미가 8월 말에 뚝 그쳤다. 덥지만 매미는 가야 할 한계선은 지키고 갔다. 

 

‘요즘 매미는/ 혁명군처럼 소리부터 지른다/날카로운 마음 털어 내느라/동안거 하안거로 땅속에서 10년 수행하다가/나무 위에 허물을 벗고도/아직도 속 터진 것들이 있어/종일 땡볕에서 땀 흘리며/내 말에 귀 기울여 보라고/더는 억울해서 못 참겠노라고/밤낮 구분하지 않고 소리 지르는가/살아가는 동안 열불이 나는 일들/무릎을 꼬집으면서 참자, 참아내자 하지만/세포 마디에서 일어서는 화를 주체못하는가/조석으로 마음속의 허물을 벗어도/눕혀진 마음 하나 세우지는 못하는가.’ 최창일 시 <도시 매미> 전문이다.

 

올 추석, 더위가 한계를 모른다. 지난해 같으면 긴 팔을 옷을 입고 성묘에 갔다. 30도를 웃도는 더위는 추석이라는 계절의 한계를 당돌하게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9월의 중순을 넘어서자 30도를 웃돌던 날씨는 22도로 내려왔다. 가을의 ‘한계’치를 보인다.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사람은 패배와 상실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라 한다. 우리가 자연을 좋아하는 것도 자연의 순응이다. 시간이 되면 자연 안으로 순수하게 응하는 자세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자연이 순응의 자세가 아니다. 아쉽다.

 

한계를 모르고 왕성한 에너지를 쏟는 식물이 잡초다. 헤아리기 힘든 잡초의 종들이 지역을 벗어나 남의 땅을 침입한다. 농부는 한계를 모르는 염치없는 잡초를 향하여 소리를 지른다. 잡초는 아량 곳 없이 체계적인 통제선을 벗어나 우후죽순처럼 미친 듯이 자란다. 심지어 몇몇 종은 매우 치명적인 독성도 지녔다. 더러는 급속히 퍼진 나머지 ‘야생에서 키우거나 어떤 것으로든 자라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종의 잡초도 있다. 

 

그래서 평판이 좋은 잡초는 드물다. 잡초들이 이 행성에 끼치는 영향은 어느 면에서 긍정의 잡초들도 있다. 잡초로 취급되는 쑥은 농장 안으로 들어와 쑥떡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우리가 에덴동산에서 저지른 죄에 대한 벌로 땅에 ‘가시와 엉겅퀴’가 돋아나게 되었다. 이후 잡초는 마치 세균처럼 문화적인 범주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범주에 속한 것인 양 가치 판단을 초월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수천 동안 잡초들은 농작물을 말려 죽이고 생태계의 질서를 어지럽혀 왔다. 엄격히 말하면 생태계의 한계선을 모르는 사약 함의 대명사다.

▲ 최창일 / 시인     ©성남일보

이렇게 한계선을 넘어서는 잡초들은 해마다 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 무역으로 인해 전 세계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범 세계적인 공짜 식객들이 있다. ‘스트리가(stnriga) 식물은 모양이 예쁘지만 금어초다. 그 이유는 한계선을 모르고 정원과 과수원을 초토화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1956년이다. 이 식물이 미국 동부의 옥수수밭에서 몇 그루의 옥수수만 남기고 초토화해 버렸다. 또 하나의 식물, 무늬왕호장근이라는 식물이다. 무늬왕호장근 잡초는 현재 런던 동부에서 문제의 식물로 취급을 받는다. 한계선을 모르고 무법으로 밭과 정원을 침입하여 초토화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한해에 이를 퇴치하기 위해 무려 7천 파운드의 예산을 사용한다. 이들 불법 식물종 중 잡초 신세를 면하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그냥 호칭이라도 바꾼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잡초에서도 어떤 식물은 약용식물, 나쁜 종으로 감시 대상 명단에 올라 법으로까지 금하는 것은 문화적 특성의 상징으로 보인다. 

 

초대받지 않은 문명의 침입자들은 독초인가, 약초인가, 화초인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첫 농장에서 현대 도시의 부서진 아스팔트까지 모험을 떠나는 잡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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