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온 겨레 나라 잃고 어둠 속 헤매일 때 / 자신을 불살라서 횃불 마냥 밝히시며 / 국내외 광복 전선서 / 오롯이 목숨 바친 / 님들의 그 충절이 겨레의 얼 지켰네 (중략)
구상 시인의 ‘순국선열의 노래’를 읽으며 오는 17일 제85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한다. 순국선열의 날은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찬탈당한 1905년 11월 17일을 기억하고 국권 회복과 조국 광복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맞서 싸우다 희생되신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 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먼저 일제에 침탈당한 국권 회복을 위해 일신과 가족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하고 구국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 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며 수많은 순국선열의 영전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특히 남한산성문화권 출신 순국선열 중 구연영·구정서 선열, 만주에서 대종교 3종사로 투생하신 김교신 선생, 지역의 의병장이신 김길동·김범이·김창환·남공필·남상목·이규철·이명하·임백윤·정제신 선열들은 항일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하다 희생되셨다.
이처럼 의병부대에 가담하다 희생되신 선열이 200여 명에 달한다고 하지만 포상은 안 되는 게 실정이다.
성남·광주·하남시 3개 문화원으로 구성된 남한산성문화권협의회(회장 신금철, 성남·광주·하남시문화원) 주최의 ‘남한산성권 순국선열 추모제’는 조국 광복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맞서 싸우시다 희생되신 성남·광주·하남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18년 전 남한산성 중앙주차장 야외광장에서 개최한 2006년 제1회 추모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해마다 3개 문화원이 각 시로 장소를 바꿔가며 주최하고 있다. 올해는 광주시에서 열리게 됐다.
이번에 열리는 ‘제18회 남한산성권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 합동 추모식’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광주시 호국보훈공원 현충탑 경내에서 남한산성문화권협의회와 광주시가 주최하고, 국가보훈부 경기동부보훈지청이 후원으로 열린다.
이날 추모제는 광주시장, 광주시의회 의장, 성남·광주·하남시 문화원장과 임원, 광복회 광주·성남지회장과 보훈단체장, 독립유공자 후손, 기관단체장, 그리고 시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1부 식전 추모 공연은 한범택 무용가(광주 무용지부장)의 ‘진혼무’가 펼쳐지고, 2부 추모식은 국민의례, 경과보고, 개회사, 제문봉독, 추모사, 이종남 시인의 추모시 ‘님이시여!(순국선열 영전에 바칩니다)’ 낭송, 광주 코랄합창단의 ‘순국선열의 노래’ 제창, 헌화의 순서로 진행된다.
제85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일제의 총칼에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항쟁하여 희생함으로써 마침내 광복의 기틀을 마련한 과거의 독립군과 독립투사의 살신성인 희생과 애국애족의 정신을 재무장하여, 우리 모두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선열들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조국의 번영과 강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다짐해 보았으면 한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이종남 시인(광주문화원 운영위원)의 '님이시여!'(순국선열 영전에 바칩니다) 추모 시 한 편을 되새기며 읽어본다.
님이시여! (순국선열 영전에 바칩니다)
이종남(광주시의원)
만물이 무르익어 풍요로운 계절에 옷깃 여며 숙연해지는 오늘입니다 이 황홀한 나날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이 찬란한 번영이 어디로부터 왔습니까
멀고도 가까운 날에 우리가 압박과 서러움에 치를 떨 적에 빼앗기고 찢기고 목숨마저 내쳐질 적에 겨레의 숨길 끊어질세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친 님들의 숭고한 희생에서 왔습니다
역사의 불꽃으로 산화하신 님이시여! 분에 겨운 사연들 이슬처럼 맺혔어도 이 나라 말고 그 어디에 복받치는 목숨을 부지할소냐 살아 비겁하지 않았고 살아 망설이지 않았으니 이 나라 자손만대 가슴 가슴에 영원한 불꽃으로 남으셨습니다
나라 없이는 부귀와 영화가 한낱 헛된 꿈이요 다만 서럽고 쓰라린 삶의 행렬이라 님께서 가르쳐주신 그 올곧은 정신 우리가 밀고 갈 소명입니다
오늘 여기 거룩한 님의 영전에 감사의 마음 정중히 바치노니 자랑스러운 겨레의 품에서 편안히 쉬소서 길이길이 번영할 조국의 영광을 세세만년 지켜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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