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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궁' 그리고 '정자'

기밀누설 대가 없었을까

윤범식 | 기사입력 2002/10/05 [13:32]

'백궁' 그리고 '정자'

기밀누설 대가 없었을까

윤범식 | 입력 : 2002/10/05 [13:32]

한때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의혹 사건의 진원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안 아랫말과 백현동 새말 사이의 산등성이 주변이다.


원래 백궁은 백현동과 궁내동이 합쳐져 생긴 이름이고 정자동은 바로 이웃에 있는 동네다.백현동의 지명은 잣나무 백자와 고개 현자를 합한 것으로 이 마을에 잣나무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궁내동은 조선조 제11대 중종의 다섯째 아들인 덕양군 이기의 묘와 영희군 부인 권씨가 묻힌 무덤이 있어 그 무덤을 관리하기 위해 작은 궁을 짓고 궁안또는 궁내라고 부르게 된데서 유래한다.


정자동은 조선중기에 이천부사겸 광주병마진관 등을 역임한 이경인이 탄천 상류에 정자를 짓고 학문에 전념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동네다.


기밀누설 대가 없었을까
그런데 백궁·정자지역이 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네가 되었을까? 요즘엔 백현유원지 개발문제로 성남시가 또다시 시끌벅적한 의혹에 휩싸이고 있어 이래저래 이쪽 동네는 편한 날이 없다.


오죽하면 지명유래와 관계없이 백궁·정자지역은 말썽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익살스런 풍자까지 생겨났다.하필 백현동과 궁내동을 합치는 바람에 백궁이 됐는데 결국은자궁이 100개 있는 동네(?가 됐다는 것이며 공교롭게도 옆동네가 정자동이니 이 지역은 끊임없이 구설수가 잉태될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의 백현동유원지 개발은 보안사항인 업체심사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고 사업자가 바뀌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심사위원중 누군가가 기밀사항을 누설한 것은 일단 비도덕적 행위로 지적된다. 개발이익만 1조원에 가까운 사업인데 사업협상자 변경은 심사오류에 있다기 보다는 어떤 배후나 복선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기밀누설이 사실이라면 누가 누구에게 은밀히 알려줬을까, 또 은밀히 알려줬다면 대가는 과연 없었는지 궁금해지는 일이다.


서효원 성남시 부시장은 지난 1일 "자체 조사결과 공무원이 업체별 총점을 외부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 문책하겠다"면서 "그러나 심사위원을 상대로 시가 유출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이던 서 부시장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사람이 판을 깬 것도 잘못이고 관리를 소홀히 한 성남시도 자유스럽지 못하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2일 상황이 급변했다. 일부 언론에 "백현유원지 사업자 채점결과는 이대엽 성남시장이 특정업체에 알려줬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성남시는 일순간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후 성남시는 황급히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서 부시장은 이 자리에서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면서"보안사항 유출경위와 유출자를 가려내겠다"고 급한 불 끄기에 바빴다. 서 부장은 또 "바깥으로 나가지 말아야 할 내용이 유출됐다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이 시장의 관련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부인하고 나섰다.


비슷한 시간,성남시의회는 백현유원지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문제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양일) 활동을 개시하고 조사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시의회는 백현유원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사업자 채점심의에 참석했던 공무원과 심사위원 전원을 증인 및 참고인 대상범위에  넣을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서 이번 사건은 큰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성남시,급한 불 끄고 보자
희한하게도 백궁·정자지역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막히고 알송달송한 사건들은 이제 백현유원지까지 확대되고 연이어 성남시를 혼줄나게 하고 있다.


백궁옆에 정자라는 지명을 학교이름으로 지었다가 재빨리 이름을 바꾼 학교도 있거니와 이 지역의 지명이나 운세가 그리 신통한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멀쩡하고 평화스럽던 땅에 개발을 한답시고 자연지형을 마구 변형시키거나 땅속 깊이 쇠말뚝을 박아놓고 고층건물을 지어 하늘까지 찌르고 있으니 이곳 땅 신이 노했을지도 모른다.


잣나무가 많았던 백현동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이상스런 유원지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에게 어찌보면 이번 기밀누설사건은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 전국매일 부국장


... 이 글은 전국매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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