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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정치적 입김 배제돼야

타고난 잠재력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육방식 절실

이종태 | 기사입력 2002/10/30 [19:10]

특목고 정치적 입김 배제돼야

타고난 잠재력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육방식 절실

이종태 | 입력 : 2002/10/30 [19:10]







▲이종태 대표.     ©성남일보
특목고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대학입시 준비를 위한 명문고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과기대에 진학하는 과학고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외국어고는 외국어 영재의 조기 발굴과 교육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후속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에서 단지 명문대 입시 준비 학교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가 겨냥해야 할 과녁은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 어떻게 하면 타고난 잠재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가에 두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암기하고 더 높은 점수를 얻는가가 아니라, 사물을 얼마나 독창적으로 보고 새롭게 변용시킬 수 있는 응용력을 가졌는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평준화 도입 과정과 그 결과


성남과 분당지역에서 2002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들은 처음으로 연합고사와 추첨 등에 의해 자기가 다닐 학교를 배정받게 되었다. 이른 바 ‘평준화 1세대’인 셈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이 지역에 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것은 중3 학생들의 극심한 고등학교 입시 경쟁을 보다못한 학부모들이 5년여에 걸쳐 ‘투쟁’한 성과이다.


전국적으로 평준화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성남과 고양, 안양과 부천 등 4대 신도시가 포함된 지역에서는 갈수록 과열되어 가는 고교입시 경쟁이 중학생들에게 끼치는 폐해를 지나칠 수 없다고 보고, 학부모들이 시위와 서명운동, 경기도 교육청 항의 방문 등을 통하여 결국 평준화 제도 도입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물론 평준화의 실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평준화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모든 지역의 찬성 여론이 70%를 훨씬 넘었지만, 막상 학생 배정 방법에 관해서는 소지역주의가 대두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또 중앙의 일부 주요 언론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평준화 제도를 공교육 위기의 주범으로 몰고 그 폐지의 당위성을 강도 높게 주장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도권 4개 지역의 평준화가 예정대로 추진된 것은 아마도 전체 지역주민의 찬성 여론이 일관되게 높았던 점 외에 우리나라 정책 추진의 관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일단 시행이 결정된 정책은 웬만한 장애가 나타나도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평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구실이 생겼다. 그것은 서울 강남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점이었는데,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그 주된 이유를 강남 지역이 좋은 교육 여건(좋은 학원과 명문고교)을 갖추고 있고 또 명문대학 입학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말하자면 교육 여건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인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의 사실적 근거는 빈약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신도시 등에 끼친 파장은 적지 않았다. 특히 강남지역과 공간적 정서적으로 가까이 있는 분당지역의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평준화 이후 신도시마다 간판스타 구실을 하던 명문고들이 사라지게 된 것은 이들 지역의 엘리트층에게는 상당한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


강남지역은 ‘우수학생 유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대된 반면, 평준화 실시 지역은 ‘우수학생 유출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우려가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정서는 결국 평준화로 사라진 명문고를 어떤 명분으로든 되살리려는 시도로 이어지게 되었다. 분당지역에 특목고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은 바로 그것이라고 판단된다.


특목고 설립 추진의 의미


필자가 최근 일고 있는 분당지역의 특목고 설립 노력에 흔쾌하게 동의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그것이 ‘교육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수목적고등학교란 무엇인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에 보면, 특수목적고등학교란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로서, 교육부장관(현재는 교육감)이 지정한 학교를 말한다. 여기에는 흔히 알고 있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말고도 공업, 농업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학교들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이란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분야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 고교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는 뜻이다. 과학고가 고교 3년 과정을 다 마치기 전에 과학기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 특목고는 인적 물적 지원이나 학교 운영의 융통성 면에서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점에서 특목고는 단지 우수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특정 분야에서 소질이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교이다.


그러나, 특목고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대학입시 준비를 위한 명문고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물론 이것은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학고와 외국어고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과기대에 진학하는 과학고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외국어고는 외국어 영재의 조기 발굴과 교육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후속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에서 단지 명문대 입시 준비 학교로 인식되어 왔다.


이제 수도권에서 이른 바 일반계 명문고가 평준화로 사라지게 되면서, 특목고는 새로운 입시 명문고로 각광을 받는 처지가 되고 있다.


필자는 분당지역의 특목고 설립 추진 의도를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 그 주된 이유는 특목고 설립 추진 이유에서 어떤 분야의 인재를 모아 가르치고자 하는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과학영재를 기를 것인가 언어영재를 기를 것인가?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분당지역 명문고가 사라지면서 우수학생들이 타지역에 있는 특목고로 진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거주지역에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 인적 자원이 극도로 빈약한 농어촌 지역의 인재 유출로 인한 교육공동화 문제라면 달리 생각할 점도 있다.


하지만, 풍부한 교육 여건과 인적 물적 자원을 구비한 분당지역에서, 단지 소수의 우수학생만을 염두에 특목고 설립 추진은 우리가 씨름해야 할 교육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매우 중요한 일을 추진하는 것 같지만, 기실 그것은 다수 학생의 아픔보다는 소수엘리트층의 이기심에 영합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겨냥해야 할 과녁


우리 사회의 식지 않는 입시경쟁과 사교육 열풍, 그리고 최근에 전개된 평준화 관련 논란 등을 보면 우리의 교육 시계와 세계의 교육 시계가 매우 다르게 돌아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선진국들은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인간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교육 실험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단순 반복 암기를 통한 고득점 전략을 추구하는 입시교육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마치 용광로와 같아 개선을 위한 모든 시도조차 오히려 입시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해시키고 만다. 그 결과 우리의 학생들은 학교교육 십여 년만에 타고난 창의력이나 자기주도 학습력을 철저하게 상실한다. 높은 sat 점수를 받고 유수한 미국의 대학에 들어간 많은 한국의 학생들이 중도탈락의 쓴 물을 삼킨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외를 많이 한 대도시 지역의 학생들보다 농어촌 지역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서 더 높은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국내 한양대의 자체 분석 결과도 비슷한 사실을 말해준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분당지역 교육문제의 본질은 우수 학생들이 가야 할 특목고가 부족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른 바 명문이라고 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단순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 유형을 외우느라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소진하는 현실이 더욱 큰 문제이다. 분당지역의 풍부한 교육 여건, 그리고 높은 교육열은 자칫 우리의 자녀들을 소진시키는 데 쓰일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겨냥해야 할 과녁은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 어떻게 하면 타고난 잠재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가에 두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암기하고 더 높은 점수를 얻는가가 아니라, 사물을 얼마나 독창적으로 보고 새롭게 변용시킬 수 있는 응용력을 가졌는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나’만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수많은 종류의 ‘이웃’이 있음을 깨닫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소진된’ 학생이 아니라 대학에 가서 비로소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여유있는’ 인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분당지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든다면 바로 이러한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쟁해야 할 것은 눈앞의 명문고, 명문대 입학이 아니라 참으로 폭넓고 역량있는 인간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다. 그것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미래 사회에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참된 경쟁력을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우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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