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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함께 대화하는 것 힘들다"

이임 앞둔 허버드 미 사, 네티즌 토론서 '곤욕'

임은경 기자 | 기사입력 2004/07/22 [23:48]

"솔직히 함께 대화하는 것 힘들다"

이임 앞둔 허버드 미 사, 네티즌 토론서 '곤욕'

임은경 기자 | 입력 : 2004/07/22 [23:48]

21일 오후에 덕수궁 뒤편 미대사 관저에서 열린 네티즌 초청 토론회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이끌어가려는 대사관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어볼 것이 너무 많은(?) 네티즌들의 질문 공세 탓에 결국 열띤 논쟁의 장이 되고 말았다.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 왼편 좁은 차로로 잠시 올라가면 나오는 미대사 관저는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크고 조용하고 나무가 많은 정원에 둘러싸인 아담하지만 기품있는 한국식 목조 저택이었다.







△8월초 한국을 떠나는 토마스 하버드 대사는 지난 21일 정동 대사관저에서 네티즌 토론회를 통해 부임기간 3년동안의 입장을 밝혔다 ⓒ시민의신문 양계탁 기자

한가로이 매미 소리가 들리는 정원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서니 대사 부인인 조안 허버드 여사가 일행을 맞아 관저의 역사와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떤지를 설명해주었다.

천장의 대들보에 한문으로 1976년 6월(상량식 날짜. 건물을 지은 연월)이라고 또렷이 쓰여있는 관저는 미국에서 가져온 원목으로 만들어졌으며, 내부에 전시된 미술품들도 모두 현대 미국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우아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허버드 대사가 들어오고 토론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스토리 사격장 문제...초반부터 심각한 이야기

파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초로의 농민은 스토리 사격장 때문에 입는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미군이 스토리 사격장 주변에 둘러친 펜스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소에 접근조차 해볼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김관철 파주녹색환경시민모임 대표가 스토리사격장 철제 울타리에 부착되어있는 미 정부 재산/ 출입금지라고 써진 경고판을 들고 사격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민의신문 양계탁

초반부터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굳어진 대사는 "개인적으로 스토리 사격장에 대해 잘 모르지만"이라는 첫 마디로 한발 물러선 다음, "그러한 일이 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군대가 한국에 온 것은 한국 정부의 요청 때문이다. 군이 주둔하려면 훈련장도 필요하고 주민들에게 어느정도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칸의 이성희 기자는 "한국에서 내일(2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화씨 911은 한국의 반미여론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사님의 생각은 어떤지"를 물었다.

허버드 대사는 이번에도 역시 "저는 아직 이 영화를 못봤지만"하고 한발 물러선 다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마이클 무어의 개인적인 의견이 담긴 영화로 알고 있다. 뉴스로 비유하자면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니라 사설과 같은 것이고, 이점을 꼭 염두에 두고 영화를 봐달라"고 말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시민모임 김용한 고문은 미국을 "처음에는 불을 꺼준다면서 우리집에 왔다가 불이 꺼진 후에도 집앞에 자리잡고 앉아서 가끔 물건도 훔쳐가고, 누이도 건드리는 못된 소방수"에 비유했다.

김 고문은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배치는 북한을 선제 공격하려는 의도이며,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도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음, 국민의, 국민에의한, 국민을위한 정부는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는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을 인용해 "전쟁의, 전쟁에의한, 전쟁을위한 정부는 반드시 망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입을 꾹 다물고 심각한 어조로 듣고 있던 대사는 일단 "좋은 충고는 고맙다"면서도 "우리가 대화를 함께 나누는 것을 무척 힘들게 하는 용어들을 많이 썼다"고 분명한 유감을 표했다.

허버드 대사는 "김 선생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겠지만 미국은 북한을 선제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못박아 말하면서,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라크 국민들에게도 누리게 하기 위해 함께 가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버드 대사는 "우리가 이라크로 간 것은 이라크인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독재자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 간 것이며, 미국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세계 여러 나라들과 연합해서 한 일"이라며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대사는 스토리 사격장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어디서 훈련하겠다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꼭 협의를 거친 다음에 한다. 사격장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 정부에 묻는 것이 더 나을듯 하다"고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그동안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으니 당신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할 권리도 있다는 것을 존중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임기간 3년동안 불어온 한국의 반미 열풍

허버드 대사가 한국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은 한미간 수교가 성립된 이래 최대의 반미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하필이면 그 기간동안 한국에서 미국의 대표격을 맡아야 했던 허버드 대사가 겪은 마음 고생은 꽤 심했을 것이다.

허버드 대사는 "한국 재임 기간동안 여중생 사망사건을 겪었던 것은 가장 끔찍하고 슬픈 일이었다"며 애도를 표하고, "한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북 통일이 이루어지는 데 미국이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간담회를 마쳤다.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www.voiceofpeople.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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