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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제안과 X파일, 뿌리는 하나

구시대 구태정치 끝짱내는 변수

김성곤 기자 | 기사입력 2005/08/02 [16:06]

연정제안과 X파일, 뿌리는 하나

구시대 구태정치 끝짱내는 변수

김성곤 기자 | 입력 : 2005/08/02 [16:06]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과연 x파일로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삼성 구하기용 깜짝쇼인가 아니면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인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이후 여론은 들끓었다. “국민의 동의없는 권력이양은 위헌” “한나라당과 연정하려면 대선은 왜 치렀느냐” “핵심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삼성의 비리를 감추려는 물타기용” 등등.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매체들도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구도 극복보다는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과 대통령 권력이양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대부분의 매체들이 ‘달’보다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면서 답답함을 드러낸 바 있다.

연정과 x파일은 향후 정치권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한가지 분명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함께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x파일 문제는 향후 우리 정치권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이와관련, 흥미로운 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에 대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원내 4당의 입장과 반응이 서로서로 묘하게 교차한다는 점이다.

우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노 대통령이 연정제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소극적인 입장보다는 보다 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대연정과 관련, 일부 반발은 있지만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연정 제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대통령의 해명에도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했다. 또한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관련, 수사와 공개에 대해 다소간의 시각차는 있지만 비슷한 보조를 취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의 핵심은 지역구도 극복이라고 강조하며 대연정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의 도입을 위한 반대급부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대연정 제안은 한나라당과의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성사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지역구도 타파와 이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 핵심이라는 노 대통령의 직접 설명 이후에는 논의의 초점이 대연정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여권 수뇌부 모임인 당정청 12인 회의는 29일 총리공관에서 대연정 논의의 초점을 선거구제 개편에 맞춰 다각도의 노력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알려졌다. 또한 12인 회의는 대연정 공론화를 위해 △중대선거구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농복합선거구제 등을 의제로 대야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정리했다.

대연정 제안의 핵심이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설명에 대해 가장 환영 의사를 밝힌 곳인 민주노동당이다. 실제 노회찬 의원은 7월초 노 대통령이 야당과의 연정 구상을 밝혔을 당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 핵심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함께 여당 내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의는 결국 민주노동당 또는 민주당과의 소연정을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며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중도개혁세력을 구심점으로 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흔히 정치 9단이라고 평가받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이 왜 나왔느냐는 것. 단순히 레토릭으로 보기보다는 그 이면에 깔려있는 배경을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는 것.

안기부 x파일 공개, 한나라→민주→우리→민노 순으로 부담스러워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의 무더기 발견 역시 정치권 재편의 화약고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판도라의 상자’로 불릴 만큼 가공할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추측되는 274개의 불법 도청테이프는 한마디로 정치권을 뒤흔들 초대형 태풍이다. 이는 정·경·언 사이의 검은 유착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22일 mbc의 x파일 보도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정치권 전체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

특히 mbc의 x파일 보도는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하나에 의존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추가로 발견된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는 무려 한 개당 120분 분량에 무려 274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불법정치자금 등 뇌물 제공과 스캔들은 물론 야당 인사와 사회 저명인사에 대한 도청 등 거의 핵폭탄 수준의 내용이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이 무더기로 추가 발견된 불법도청 테이프가 어떤 식으로든 공개된다면 정치권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빅뱅으로 빠져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에 담겨있을 내용과 향후 공개 여부, 검찰의 수사와 처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여야는 안기부 불법도청의 철저한 규명에 한목소리를 내지만 도청테이프 공개와 수사범위 등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테이프의 공개와 관련해서 가장 적극적인 정당은 민주노동당에서부터 가장 소극적인 정당은 한나라당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의 공개입장과 가까운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은 사실상 공개를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불법도청 테이프가 전면 공개될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정당을 순서대로 꼽아본다면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의 순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도청테이프의 공개 찬성은 이에대한 역순이다.

한나라당은 전신인 신한국당이 김영삼 대통령 당시 집권당이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 역시 국민의 정부 시절 인사들의 연루설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두당보다 자유롭고 민주노동당의 경우 전혀 거리낄 것 없다는 표정이다.

판도라의 상자, 도청테이프 추가 공개에 따라 자연스런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물론 검찰은 현행법을 이유로 공개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유출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과거 한국정치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선 국민의 알권리가 보다 우선한다는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여론의 힘을 얻으면 부분적 테이프 공개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x파일 문제와 관련 “진실만이 답이고 내 편이며 x파일 문제는 모든 게 진실대로 갈 것”이라고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는데 이는 결국 x파일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의 의도하지 않는 부분적 공개는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한나라당은 그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의 여러 인사들이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관련한 직간접적인 연루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들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돼왔다.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의 경우 당의 존립마저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 몰릴 수 있고 민주당 역시 어려운 처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연정이나 소연정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안기부 x파일 수사 여파와 테이프 공개 여파에 따라 자연스러운 형태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88년 총선에서는 1노 3김(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주도한 정당들이 특정지역을 독식하는 4당 체제가 성립됐다. 이후 정치적 텃밭에서는 막대기를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비아냥이 일만큼 지역주의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병폐였다.

그렇다면 정계개편의 핵심은 지역주의 정치의 해소와 함께 전면적인 정치권의 세대교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 이 기사는 본사와 데일리 서프라이즈(www.dailyseop.com)와의 뉴스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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