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상식으로는 아버지가 미친 아들을 격리하여 보호하면서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영조가 대리청정을 맡긴 사도세자가 왕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정적인 세자를 제거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역사의 진실은 단정할 수 없지만 명백한 사실은 사도세자가 당쟁의 희생자라는 점이다. 당시 조선 왕조는 영조의 왕위 계승에 기여했던 노론이 정권을 잡고 국정을 전횡하고 있었는데, 총명하고 무인 기질인 사도세자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소론 및 남인들과 가까이 하자 위기를 느낀 노론이 온갖 모략으로 세자를 음해하면서 영조와 세자 사이를 갈라 놓았다. 노론 중에서 사도세자의 장인인 홍봉한이 앞장 섰다니 인륜을 저버리고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인간들이 허망해 보인다. 영조 사후에도 영구 집권을 노리는 노론은 사도세자 아들인 세손의 왕위 계승을 막기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나 아들을 죽이고 후회하던 영조가 "나를 아들에 손자까지 죽인 몹쓸 인간으로 만드냐" 면서 강하게 밀어 붙여 1776년 정조는 24세에 조선의 22대 왕이 된다. 어렵게 왕이 된 정조는 노론들의 견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면서 서서히 왕권을 강화하여 국정 전반에 개혁을 추진한다.장용영을 설치하여 군사 지휘권을 일원화하고 왕이 최고 지휘관으로 군대를 통제하였으며, 실학을 장려하여 씨앗을 개량하고 저수지를 건설함으로써 농산물의 수확량을 늘렸다. 그리고 시장 제도를 개혁하여 국가에서 지정받은 상인들의 독과점을 축소하고 자유시장을 장려함으로써 물건 값이 싸지자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상공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또한 서양으로부터 수학, 천문학, 기술 도입을 장려하였으며 서자도 등용하여 인재를 활용하였다. 정조는 정약용을 시켜 1794년부터 수원 팔달산에 화성 성곽 5.7 KM를 건설하였는데 실학의 대가인 정약용은 서양의 역학기술서를 참고하여 제작한 거중기를 활용하여 10년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32개월만에 성곽을 완공하였다. 국정 전반에 걸쳐 개혁을 추진하던 정조는 사사건건 반대하는 노론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와 과로가 쌓여 종기가 온 몸에 퍼지면서 1800년 갑자기 사망하였는데 정적인 정순왕후와 노론에 의한 독살설도 제기된다. 정조가 사망하자 수렴청정으로 정권을 잡은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는 정조의 개혁 정치를 백지화하고, 정조가 키워 놓았던 정약용 같은 인재들을 유배시키고 서인과 남인을 제거하여 일당 독재를 강화하면서 조선은 급격히 쇠퇴해진다. 결국은 1910년에 일본에게 나라를 뺏기게 되어 남자들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여성들은 위안부로 끌려간다.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도 필요하지만, 나라를 뺏긴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해 우리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 정조의 개혁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와 비슷하고 일본의 명치유신보다 80년이 빠르다. 만약 정조대왕의 개혁이 성공했더라면 조선이 일본보다 먼저 근대화되어 나라 잃는 치욕도 없었을텐데 정조 개혁의 발목을 잡은 조선의 당파싸움이 혐오스럽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 마치 조선 시대의 당쟁이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 각 정당은 국정에 대한 정책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민의의 전당인 국회 의사당에서 토론과 협상을 통하여 이견을 좁혀나가고, 협의가 안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면서 국민 통합을 이루워나가야 하는데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장외로 뛰쳐나가 데모꾼들처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면서 상대 당을 침소봉대하여 헐뜯고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부추키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회는 매년 시간에 쫓겨 국민의 혈세를 사용할 예산을 효율적으로 심의하지 못하고, 시급히 의결하여 시행해야 할 민생 법안들은 대부분 잠자고 있다. 그리고 국정감사장은 국정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여야간에 상대를 흠집내는 싸움터로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로서 정치에 대한 불신만 증대시킨다. 이석기 사태 이후 국민은 앞으로 투표을 통한 권한 위임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즉 유권자는 대한민국 헌법의 이념을 존중하면서,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이며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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