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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은 남의 지식을 도적질 하는 것
 
오세응 /전 국회 부의장
▲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     ©성남일보

[오피니언] 1974년 9대 국회 외무위원회에서 국토통일원 국정감사를 할 때였다. 나라재정이 어려운 때였지만 국가 안보와 통일에 관한 연구비를 지출하면서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계획이 있었다.

 

나의 전공 분야이기도 하고, 또 내 친구들의 이름도 있기에 서너 편의 논문을 읽어보았는데 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우선 제목과 내용이 정리가 잘 안 되었고 아주 조잡한 내용을 발견하여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무작위로 10여 편의 논문을 자료 요청하고 전문가를 한 사람 고용하여 논문의 작성과정을 조사했다.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심각한 사기성 비리로 꽉 차있었다. 가장 나쁜 것은 교수에게 연구비 30%만 주고 이름과 도장을 빌려, 신문 사설 등을 베껴 논문을 만들고 70%의 연구비는 공무원이 챙긴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논문도 책이나 다른 논문에서 베껴서 제출하면 예산의 50%는 학자에게 주고 나머지 50%는 공무원이 챙겼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비리에 관련된 공무원은 징계를 하면 되지만 더 큰 문제는 공무원이 그러한 사기를 쳐도 교수들의 거부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사를 받은 교수들 가운데는 내 친구도 있었는데 아는 친구, 모르는 친구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반발하여 나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오세응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성공했다고 국내에서 박봉에 고생하면서 간신히 생활비 조금 보태 쓰는 우리에게 그럴 수가 있냐? 그 인간 국회의원 얼마나 해먹나 보자!” “제가 제일 잘난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 곧 후회할거야!” 등등.

 

솔직히 이야기해서 나는 미국에서 13년 살다 돌아와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불의나 부당한 사건을 파헤치는 것을 나의 임무라고 믿어 그 사람들의 반발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제일 두려운 것은 한국에서는 그런 행위가 그리 나쁘지 않고, 서로 이해해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때 내 주위에 있던 사람의 대부분은 그냥 덮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도 이 사건은 내가 조사해야 한다고는 결심했지만 주위의 반대가 너무 강했고, 또 다른 부조리를 조사해야 해서 표절문제는 뒤로 미뤄졌다.  

 

그때 나타난 다른 부조리도 엄청난 것이었다. 1974년 신도성 씨가 국토통일원 장관에 취임할 때 서울에 집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통일원 총무과장이 장관 집을 얻어줘야 하는데 차관이 60평집에 사니까 그보다 작은 집을 곤란하다고 하여 60평짜리를 구했다고 한다.

 

전세 비용은 총무과장이 외부에서 월 4%짜리 사채를 얻은 것으로 하고, 이자는 공금으로 지급해왔다는 것이다(후에 안 일이지만 총무과장이 자기 돈으로 전세 비용을 내고 이자를 공금에서 가져갔다 한다.) 나는 1974년 국정감사에서 표절문제와 통일원장관 집 마련에 얽힌 사기극 두 가지를 함께 조사하다가 우선 통일원 공무원을 파면하고, 후에 신도성 장관의 경질로 이어졌다. 그리고 표절문제는 뒤로 미루었다.

 

지난 40년 동안 표절 부조리가 어떤 개선책으로 해결될 것인지 많은 관심을 갖고 보아왔다. 그런데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게 내 짐작이다. 내가 14대국회 때 문화예술체육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도 대충 감을 잡았지만 문화예술계, 체육계, 방송계에도 표절 시비가 대단하여 어디부터 손을 대야 옳을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표절문제에서 자유스러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시 전국 12개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미술계 인사 42명의 논문 45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고 모 신문에서 보도했다.

 

30년 후인 노무현 대통령 시절 김 아무개 교육부총리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논문에 관한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그렇게 엄격하게 따진다면 대한민국 대학 교수 중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가 크게 실언한 줄 알았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대학교수였다면 ”우리 교수들이 다 당신 같은 줄 아냐?“고 대들던지, 명예훼손으로 많은 교수들과 함께 그를 고소했을 텐데 이의를 제기하는 교수가 한 사람도 없었다. 슬픈 일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고위 관리 중에도 표절이 문제된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데 “학계의 기준을 잘 모르고 한 일인데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겠습니다”라고 사과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잘 모르고 한 일인데 문제가 된다면 다시 논문을 쓰겠습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기준은, 표절이 ‘도적행위’라는 무거운 죄임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미국의 신문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검사하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책임자가 15년 전에 쓴 석사논문 중에 표절된  1이 발견ü의 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미국에서는 표절범행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으나 한번 걸리면 절도범보다 T의큰 죄로 취급해 공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무조건 파면된다.

 

그런데 우리는 표절한 논문 발각되면 보통 “표절에 관한 규칙을 잘 몰라서 실수를 했으니 앞으로 조심하에 ”든가 “표절을 할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실수를 한 논 같다. 용서해준다면 다시 쓰겠 ” 등등 표절이 간단한 실수라고 가볍풌절된  1이경향이 있다. 이것은 절도범이 검거된 후에 ”잘 모르고 그랬으니 용서해주면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겠다”고 경찰에 애원한다는 비유가 될 것이다. 

 

나도 박사논문을 썼지만 표절의 정의나 규정을 별도로 배운 바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표절은 남의 생각을 몰래 도적질하여 자기 생각으로 만드는 행위”라는 사실을 안다. 내가 아는 표절의 정의는 남의 책 1쪽의 반이나 3분의 1을 그대로 베끼면 일단 표절이라 할 수 있다. 만일 1쪽이 다른 책과 토씨까지 똑같으면 이는 100% 표절이다. 왜냐하면 1쪽만큼의 생각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는 있지만, 글로 쓸 때 토씨까지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미국에 가서 첫해에 있었던 일이다. 유럽의 외교사를 공부하는데 3쪽 정도의 보고서를 쓰는 숙제가 있었다. 서독의 아데나워 총리에 대한 부분에서 “아데나워 총리는 집에서 비밀회의를 많이 했는데 부인이 요리를 잘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책에는 요리를 잘하는 부인을 ‘very good cook’이라고 했는데 나는 확실하게  표절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하여 ‘very good cooker’라고 바꿔 쓴 일이 있다.

 

나중에 같은 방 친구에게 나의 논문 영어가 제대로 되었는지 한번 보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의 글을 읽더니 이 친구가 별안간 큰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방에는 댓 명의 미국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 친구가 크게 웃으면서 영어에는 cooker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cook이라는 동사 뒤에 er를 붙여야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cook은 명사도 되고 동사도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글씨 하나라도 원문과 다른 단어를 쓰려다 창피만 당한 기억이 난다.  

 

2013년 4월 조선일보에서 우리나라에서 표절의 심각성을 연재로 깊이 있게 다루었다.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관심 있는 기사가 있었다. 그 신문이 대학총장을 비롯하여 한 학원에서 인기 있는 스타강사 김미경 씨의 석사논문에 관하여 실명을 대고 자세히 기사화한 일이 있었다 한다.

 

그런데 다음날 김미경 씨의 지인이 신문사에 찾아와서 말하기를 “그 강사는 세상을 밝게 해주는 훌륭한 선생이다. 약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박사도 아닌 석사논문 갖고 그렇게 심한 기사를 낼 수가 있느냐. 이 신문사 내에는 표절한 기자가 없을 줄 아느냐?” 라고 항의하면서 달걀 120개를 비닐봉지에서 꺼내서 신문사 간판에 던지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고 한다. 

 

김미경 씨가 다닌 특수대학원 같은 돈벌이하는 대학원이 전국에 800개 이상 있다고 한다. 내 주위에도 그런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속해있던 정당의 고위간부인데 그 사람은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SKY대학 중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그러더니 대학원 근방에 가보지도 못한 기자출신 한 국회의원이 자기가 앞서 말한 고위층 석사논문을 쓰느라 바쁘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나는 39년 전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공무원과 교수가 공모한 표절사건을 생각했다. 큰 신문사가, 그것도 혼자 쓴 글도 아니고 신문기자 여러 명이 함께 표절을 없애야한다는 기획프로에 쓴 것을 달걀을 싸들고 와서 항의하는 세상인데, 만일 초선 국회의원이 그런 발표를 했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상상하니 아찔했다. 39년 전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그 문제를 덮어두라고 이야기한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생각했듯이 문제는 너무 많은 우리 국민이 표절이라는 죄악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그렇게 무지하니 학교 장사꾼들이 쉽게 학위를 부여하여 교수들에게는 값싼 임시직 월급을 주고,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인심 얻어가며 학점 후하게 주면서 학위 잘 주고 학생등록금 받을 생각만 하니 학교의 질도 말이 아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학교장사하는 설립자와, 실력 없이도 적당히 논문 감독하는 교수들과, 공부 안하고 학위만 따가지고  사회에 나가려는 학생들이 다 함께 만들어낸 총체적 부패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상식은 박사나 석사를 갖는 것은 모든 분야를 연구하여 박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새로운 진실을 발명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들이 모든 것을 다 아는 박식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박사를 가지면 무조건 박식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치기 때문에 가짜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교육계에서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그 분야의 새로운 이론을 발명하는 사람 이외에는 박사, 석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상식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엘리트 계층이 남의 지식을 도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표절행위가 외국에까지 퍼질 정도이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세계적으로 테스트하는 SAT 문제가 부당하게 유출되어 한국에서만 그 시험을 취소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표절문화와 암기식 교육제도, 그리고 고등고시 제도의 문제점은 개선의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 학교는 ‘하부루타’라는 토론식 교육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선생님과 공개 토론으로 의문점을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식의 토론을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하여 박사학위를 얻고 법률조문을 외우는 대신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는 훈련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구 1,300만의 이스라엘 국민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버드대 학생의 30%가 이스라엘 학생이고, 노벨상 수상자의 25%가 이 나라 사람이며, 세계의 신발명과 상관이 있는 특허변호사들의 수입이 세계 3위라고 한다.


고위공직자가 젊었을 때 표절한 것이 발각되면 몇 년 후에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서서히 질서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서울대학교 C모 교수의 표절행위가 동아일보에 구체적으로 기사화됐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경기도 모 시(市)의 L시장은 가천대학교에서의 석사논문을 표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L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 논문과 관련한 석사학위를 이미 반납했다”고 말하면서 사과는 한 마디 없이 당당한 태도였다. 표절했다가 재수 없어 걸리면 반납하면 된다니?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된다면 앞으로는 법이라도 만들어 처벌해야 할지 모르겠다. 표절 퇴치를 위해서도 이제 국민적 사회운동을 벌여 표절이 큰 죄임을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회고록 원고를 마치고 출판사에 넘기려는 2014년 2월6일 조선일보 1면 기사를 보고 좀 더 부언하고 싶은 생각이 나서 몇 마디 첨부한다. 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75% 정도가 F학점이 표기되지 않는 취업용(대외용) 성적표를 발급해주거나, 불리한 학점을 아예 학적에서 삭제해주는 ‘학점포기제’를 시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는 이어 2013년 10월말 실시한 교육부의 조사에서 대학 337곳(4년제 198곳 전문대 102곳)이 학생의 원성적과 다르게 성적 증명서를 발급했다는 내용과 이런 학교의 이름을 전부 발표했다. 학교 이름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SKY대학교(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가운데 한 학교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기사는 물론 국제사회의 교육기관에 알려진다. 수년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에 투고한 한국의 줄기세포에 관한 논문과, 심장수술 성공률을 나타내는 퍼센테이지(%)가 거짓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의 신용도에 큰 손상을 끼쳤다. 다시 말하는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실시하는 영어시험이 한국에서 문제가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의 시험만 취소된 사실 등은 중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 조선일보 기사는 치명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교의 성적표가 진실과 다르다는 것은 표절의 부조리가 발전하여 생긴 더 나쁜 결과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설명한 2013년 4월의 표절 관련 기사와, 이번의 대학 관련 성적표 부조리에 많은 관심을 알려주는 조선일보에 고맙게 생각한다. 국민적 관심굴심을께 해야 해결될 것 같다. 내가 미국 유학을 가서 계획에도 없던 학사학위를 하나 더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갖고 간 연세대학교의 4년 성적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 한국 학생들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다.

 

- 이 글은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이 최근 발행한 '잘못된 정치 49%는 국민의 책임'에 게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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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4/26 [20:42]  최종편집: ⓒ 성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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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하신 이재선씨가 입바른 소리하면서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제목이 기소여부 초읽기가 뭡니까?? 김혜
역시 참언론 성남일보 예전부터 알고 기
혜경궁 김씨입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
혜경궁김씨입니다. 이재명지사가 감옥에가
박사모 부부가 똑같네.. 이제와서 딴소리
조중동이 성남일보와 같았다면, 지금 대한
인맥이 아주 화려하네~ 줄줄히 낙하산인사
이런 게 기사죠. 이재명이 뿌린 돈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