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욕에 음주운전, 검사사칭 전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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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동희의 행간읽기] 대통령 탄핵가격을 불러온 시민혁명에 대한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신들이 수놓은 혁명에 대해 뒷골목 술집에서 박장대소하며 뒷담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피드백이 아니겠는가?
혁명은 이처럼 입체적이어야 한다. 교과서가 아닌, 살아움직이는 생물이기에 그렇다. 실제 이번 시민혁명은 그 어떤 혁명과도 다르며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어떤 정치세력이나 조직 등이 주도하지 않았다(실은 주도할 수 없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혁명 세력은 개인들이었고 그들은 누구의 지도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조직의 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기존의 관점을 보기 좋게 넉아웃시켰다.
그래서일까. 개인들은 자유분방했고 유머러스했다.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이런 자신감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지난 9일 이후 성남 곳곳 술집이나 식당 등에서 만난 평범한 시민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탄핵가결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연스레 대선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야권의) 대선 후보들이 욕심내면 한방에 혹 갈겁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가지고 개헌이나 합종연횡 같은 걸 찾으면 폭망(폭삭 망한다)할 겁니다."
"보수 쪽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상식적이고도 합리적 프레임을 짜면 위력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형편없는 기존 보수의 틀로 나오지는 않겠죠."
정치를 보는 안목도 빼어났다. 이들 촛불의 힘에 의해 대선지형도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단골메뉴였다.
"이 시장이 촛불의 가장 큰 수혜자죠. 사이다발언이 주효했지요.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맞춤형 발언이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 대한 비판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촛불은 사이다가 아닌 청양고추라고 봐요. 글쎄, 막말에 음주운전, 검사사칭 전력자가 촛불을 건너 뛸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해왹토픽감이겠죠."
이 시장의 가천대 폄하발언 논란이 있어서인지 찬반논쟁이 열기를 뿜어냈다.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은 적어보였다. 이 시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인 30대 남성의 말은 촛불의 성남판 버전같았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울림이 컸다.
"이 시장의 가천대 폄하 논란을 보면서 서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가천대가 성남에 있는 대학이잖아요. 제가 살고 있는 성남시 수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이제부터라도 종합적으로 제대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