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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풍경, 한국 근대사 집합적 무의식의 표상”

경주엑스포, 영남최초 ‘박수근 학술좌담회’ 솔거미술관서 개최

김성은 기자 | 기사입력 2017/06/18 [08:53]

박수근 풍경, 한국 근대사 집합적 무의식의 표상”

경주엑스포, 영남최초 ‘박수근 학술좌담회’ 솔거미술관서 개최

김성은 기자 | 입력 : 2017/06/18 [08:53]

[성남일보 = 김성은 기자] “2017년 박수근 호당가격 1위, 2.8억원.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내용이다. 낙찰총액으로 비교하자면 김환기 작가가 1위겠지만 호당가격은 박수근이 단연 1위다. 작품의 크기와 비교했을 때 작품의 가치는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의 진단이다. 

 

박수근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고 박수근과 신라·경주와의 접점을 찾는 경주솔거미술관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난 17일 경주솔거미술관에서 ‘박수근 예술세계, 새로 보기’라는 주제로 영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박수근 학술 좌담회를 가졌다.

▲ 박수근 학술 좌담회 장면.     © 성남일보

이날 좌담회에는 윤범모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전시총감독, 최승훈 대구시립미술관장, 김영순 부산시립미술관장,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엄선미 박수근미술관 학예실장 등 국내 대표 미술전문가 5명이 패널로 참석했다.

 

윤범모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전시총감독은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이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발제에 나섰다.

 

“박수근은 6.25 전쟁 시기에 월남했다. 때문에 전쟁 이전의 작품은 남아 있지 않다. 박수근 그림 속에는 노동력을 가진 청장년층의 남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전쟁 이후의 가장(家長) 부재 사회를 암시한다. 바로 전쟁이 할퀴고 간 사회의 단면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신라에 온 박수근인가. 박수근은 신라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낀다고 말했다. 화실에서 화강암 조각을 어루만지면서 의도적으로 바위의 질감을 표현하려고 한 그의 노력은 박수근표 질감을 탄생시켰다. 이런 질감의 원형은 바로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와도 연결된다”고 밝혔다.

 

최승훈 대구시립미술관장은 ‘박수근을 다시 대하며’라는 제목으로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를 연상시키는 박수근의 평면적 선화(線畫)는 분명한 작화의지로 읽힌다.”고 전제한 뒤 “이러한 특징은 민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민화는 선의 그림이며, 그 선은 대상을 포착하려는 성격보다는 다분히 관념적이어서 그림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그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넘어 뒤쪽 공간으로 빠져 나가는 듯 하다는 설명이 나온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민화는 방에 걸려 있음에도 스스로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방과 조화로운 일체감을 갖춘다는 점으로 보면, 박수근의 그림에는 민화의 이러한 특성이 참 잘 적용된다. 텁텁한 질감 그리고 마음 편한 색감은 요란하게 찬란한 위용을 드러내지 않고 우리에게 정겨움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김영순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박수근의 풍경, 한국 근대사의 집합적 무의식의 표상’이라는 내용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박수근 회화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세계대전과 해방, 이데올로기 갈등에 의한 6.25전쟁과 남북분단, 1965년까지의 근대화 초기에 이르는 한국민의 집합적 정서의 원형을 일관된 ‘소재(motif)의 범주와 질감(matiere) 표현의 반복’을 통해 표상화 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거기에 개인 박수근은 선행연구자들이 자주 비교하는 동시대의 작가 이중섭이나 유학파 작가들과 달리 현실사회에 성실하게 순응한 한 사람의 가장으로, 생활인으로서 한국사회의 외재적 조건을 즉, 삶을 주체적으로 내면화하고 육화해간 결과 한 민족의 에토스에까지 도달한 미적 성취가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왜, 박수근은 완성 될 수 있었나?’에 대한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아마도 그는 작가의 일생을 살아가며 더도 덜도 아닌 세 가지만 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나는 밀레의 작품 ‘만종’을 보고 밀레와 같은 서민화가가 되고자하는 작가로서의 롤 모델을 어린나이에 결정했다. 화가로서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선함과 진실’을 그리고 싶어 했다는 것이 둘이다.

 

그리고 셋은 그것을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석조의 질감으로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로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릴 것인가 라는 의지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엄선미 박수근미술관 학예실장은 ‘반세기만에 공개 된 박수근의 작품들과 삽화를 통해 다시 보는 박수근’이라는 내용으로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생전에 박수근은 유화, 수채화 이외에 드로잉, 삽화,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박수근의 삽화와 스케치는 그의 가족에게 ‘빛과 소금’ 같은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또 “박수근미술관에서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1950년대 ~ 1960년대에 간행되었던 월‧계간잡지인 <장업계>, <한국전력>, <교통지>, <전매> 등에 수록된 삽화만 해도 300여 컷에 이른다.

 

올해 5월 박수근미술관 전시의 출품작인 미공개 삽화 11점은 한국전력 사내보인 「사보」 1964년 9월 15일자부터 1966년 2월15일자에 실린 삽화의 원화들이다. 박수근 사후에도 그의 삽화가 꾸준히 게재된 것으로 보아 작고 직전까지도 ‘삽화 그리는 일’에 열중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이번 좌담회는 기존 학술 담론과는 차별화된 박수근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재조명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뜻 깊은 시도”라며,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민족의 종가라 할 수 있는 경주에서 꽃피우고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이 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경주미술협회 회원과 경주솔거미술관 멤버십 회원 등 50여명이 참여해 박수근의 예술세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제를 듣고 자유롭게 질의·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리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에는 박수근의 유화, 탁본 등 1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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