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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단지 사건'을 대서사로 만들다
플롯의 힘 보여준 <황무지>
 
이건행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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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 '광주대단지 사건이래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처럼 성남의 빈민들은 어디로 쫓겨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대단지 사건은 끝난 게 아니지 않을까?'

 

대학로 소극장 아트시어터 문에서 극단 성남93의 <황무지>를 보면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관객인 내가 이런 질문을 내내 했다는 것은 연극의 울림이 컸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하면 이야기 플롯(구성)이 탄탄했다는 것을 뜻한다.

▲ <황무지>는 최초로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을 세미 뮤지컬로 만든 극이다. 연출을 맡은 성남93의 한경훈 대표와 정씨로 출연해 감칠맛나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정은란씨가 지난 2일 대학로 시어터문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성남일보

플롯인가, 캐릭터인가? 인류 최초의 문예이론서이자 현재까지 소설이나 영화, 연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단연코 플롯이 비극(영웅들의 이야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변한다. 캐릭터의 비중이 커진 이즈음이지만 잘 짜여진 플롯이 없다면 이야기는 이야기가 될 수 없기에 타당하다.

 

플롯은 새로운 세계를 드러낸다. 시작과 중간, 끝이라는 이야기 전개에서 중간인 절정은 반전의 지점이다. 이전의 가치가 새로운 가치로 이전하면서 관객들(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황무지>는 소시민인 대학출신 권씨가 군사정권의 일방적인 광주대단지 땅값 인상에 맞서 철거민들과 함께 싸우기로 결의하는 것을 중간으로 설정했다. 동시에 철거민 강씨의 딸 혜자의 죽음도 함께 배치했다. 혜자의 죽음을 맞은 어머니 정씨는 "그까짓 '땅 쪼까리'가 뭐라고..."하면서 울부짖는다.

 

극한의 상황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말치고는 나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말이야 말로 가장 솔직한 자기고백이자 빛나는 인간선언이 아닐 수 없다. 생존하기 위해 서울 판자촌에서 광주대단지로 이주했고, 황무지지만 인간답게 살기위해 어떻게든 가꾸고 싶었다는...

 

이런 바람이 깨졌을 때 곧바로 "싸우자! 싸우자!" 외치면서 행동에 돌입하는 것은 인간의 서사에 있어 당연한 수순일 터이다. 북소리(소품으로 대체했으나 효과가 못지 않았다)와 군무(群舞)는 절정을 절정답게 하는 매우 훌륭한 장치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비로소 광주대단지 사건은 인간사의 소소한 사건이 아닌, 대서사로 들어왔다. 내가 '광주대단지 사건은 끝난 게 아니지 않을까?'하고 질문한 것은 인식의 지평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걸 말한다. 새로운 세계를 제시했다는 건 플롯의 승리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연기가 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플롯 속에 잘 녹아들었기에, 캐릭터에 의존하는 극이 아니기에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정통 뮤지컬로 보았다면 배우들의 노래를 적잖이 지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무지>는 뮤지컬적 요소가 극적 상황을 더욱 설득력있게 제시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군무의 매력을 빼놓고 이 연극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광주대단지 사건을 다룬 소설은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이 유일하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상당 부분 빌려왔으나 그것은 작품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광주대단지 사건에 참여했거나 목격한 사람들이 성남 지역에도 꽤 살고 있으므로 직간접적 체험을 채취해서 순도 100%짜리 창작극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사건의 본고장인 성남의 무대에 올려지지 않은 점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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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04 [07:26]  최종편집: ⓒ 성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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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김진태 결과 어케 나오는가 보면 알수 있다
이 기사 내려라!
고소고발은 싫어욧!
96프로?? 오마이갓--그라케 만타요
그럴리가!
읍읍이 만만세!
무섭다 무서워
귀하는 고령향우회 소속 이신가요?
아니, 이시장이 개발시장이라니!
성남환경운동연합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