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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와 현길언

최창일 / 시인 · 한국문인협회 대변인 | 기사입력 2018/04/17 [18:31]

프로이드와 현길언

최창일 / 시인 · 한국문인협회 대변인 | 입력 : 2018/04/17 [18:31]
▲ 최창일 교수.     ©성남일보

[최창일 칼럼] 프로이드는 요즘으로 치면 성(性)상담 가였다. 대학의 교수이며 세계적인 심리학자에게 성상담가라는 호칭은 예의가 아닐 수 있다. 그를 좋아하는 제자들이 알게 된다면 매우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성상담가로 출발하였음은 팩트다. 프로이드의 성상담목적은 매우 단순하다. 로마에 반하여 여행비를 모으려는 일종의 알바 상담을 한 것이다.

 

그는 비행기나 기차를 타지 못하는 여행 공포증으로 엄두를 내비 못했으나 그는 자기 심리분석을 통해 철도여행 전문가였던 동생의 도움으로 마흔 무렵 시도한 첫 이탈리아 여행이 그를 구했다.


19세기 유럽문화의 중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키문트 프로이드(1856-1939)는 76년을 살았다. 그에게 빈은 그렇게 살가운 고향은 아니었다. 가난한 유대인이었기에 차별에 시달렸다. 모순의 시대와 핍박은 때론 위인을 낳는다. 프로이드가 유태인이라는 차별을 받지 않았다면 20세기를 꽃피운 세계적인 심리학자가 되었을까 의문표를 던진다.


지난 호에 제주도 현길언 소설가를 잠시 거론했다. 많은 독자들은 현길언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소상하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프로이드와 현길언 소설가는 대비점이 있다.


그가 양민학살, 4.3사건의 목격자가 아니었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가 되었을까 라는 의문부호를 갖게 한다. 현길언 소설가가 10살에 목격한 제주의 처참한 살상은 말더듬이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가슴에 한라산의 폭파 전 분화구처럼 용암이 끓고 있었다. 제주사범을 나와 한양대 교수를 지내며 양민의 아우성을 대변하는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프로이드가 유태인이라는 차별에서 심리학자가 된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제주 4.3에 깊이 알고자 한다면 현길언의 소설과 자료들을 참고 하였으면 한다. 한정된 지면이기 때문이다.


C시인은 2005년 현길언 소설가와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현소설가는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장을 엮임하고 있었다. 제주가 고향인 소설가는 기독교문인들을 고향에 초대한 것이다. 옆자리에 앉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현 소설가는 자신의 아파트 관리인들이 화단을 가꾼다는 명목으로 들풀을 뽑아 없애는 것에 매우 아쉽다고 했다.


그 같은 표현은 현작가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다. 들풀과 같은 제주도민의 아름다운 영혼들이 마구잡이로 처형되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그의 눈에 화단의 들풀은 잡초가 아니다. 돈 들여 가꾸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 들풀은 이념의 대결로 죽어간 마을의 삼촌이고 당숙일 수도 있다.


프로이드는 이탈리아 유적지를 다니며 지적 자극을 받아 ‘꿈의 해석’(1899),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1901)‘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1905)등을 써냈다. 꿈과 무의식 세계에서 건진 퍼즐 조각을 맞춰 정신 지도를 그리는 그에게 심리학은 유적을 발굴해 과거를 복원하는 고고학과 유사했다.

 

실제로 그는 신화와 고고학 책을 비롯해 셜록 홈스 시리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탐닉했다. 빈대학의 교수직을 얻었고 그의 명성은 빈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 했고 부자들이 빈으로 찾아왔다. “내게 돈은 웃음을 유발하는 가스와 같다”던 그는 이재에도 밝았다. 1923년 구강암 진단 후 33번의 수술을 받았던 그는 죽음을 철저히 준비했다. 총명한 막내딸 안나를 일찌감치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 자신의 저서를 영어로 번역하게 했다. 숨지기 1년 전 영국으로 망명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프로이트 심리학은 서구학계를 장악한 유대인 네트워크를 타고 런던을 거쳐 미국까지 건너가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가 상담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여행을 처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환자들에게 자신이 여행한 지도를 건네주는 상담이었다면 명의(名醫)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프로이드가 살아 있다면 제주도를 찾았을 것이다. 제주도민은 프로이드의 상담이 절실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길언 소설가에게 제주의 깊은 상흔 속에서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친 당신은 나의 동반자라고 악수를 청할 것이다. 한 작가의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하는 방법을 소설을 통하여 청정하게 들려주고 있다.
제주도민은 모두가 여행가다. 뭍으로 드나드는 것은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나를 다시 탄생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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