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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와 119

양광호 / 성남소방서 단대119안전센터 센터장 | 기사입력 2019/03/17 [16:16]

뚝배기와 119

양광호 / 성남소방서 단대119안전센터 센터장 | 입력 : 2019/03/17 [16:16]
▲ 양광호 센터장.     ©성남일보

[오피니언] 취업을 위해 국내에 머물고 있던 외국인 몇 명과 한동안 가깝게 지낸 일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다양한 음식문화에 탄복을 하면서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뚝배기가 매우 신기하다고 했다.

 

그들에겐 볼품없으면서 무겁기만 한 요상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오는데 식탁에 놓인 순간에도 음식이 펄펄 끓고, 게다가 다시 가열하여 먹을 수 있는 점이 이색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는 뚝배기에 담기는 음식이 꽤나 많다는 생각을 했다. 별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삼계탕을 비롯하여 곰탕, 설렁탕, 불고기, 추어탕, 각종 해장국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이 뚝배기에 담겨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을 곱씹어 보면 뚝배기는 미적 감각으로 친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수 있고, 무겁고 깨지기 쉬운 단점이 있어 그다지 매력이 있어 보이는 물건은 아니다.


그러나 외견상 보이는 투박한 그릇에서 조리되는 음식의 맛이 매우 훌륭하다는 표현일 것이다.

 

뚝배기에 나오는 음식은 오랫동안 열을 유지하기 때문에 식탁에 올라오는 순간에도 바글바글 끓는 그런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리하여 쉽게 끓고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와는 상반되는 우직함과 끈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 생각해 보니 수십 년 동안 재난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온 119 소방대원의 입장에서 뚝배기를 생각한다면 남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우리 119 소방대원이 각종 현장에 진입할 때에 착용하는 복장을 보면 투박하기 이를 데가 없다. 활동하는 데에도 무척 불편하지만 불을 막기 위해 일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두꺼운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등에는 적지 않은 무게의 공기호흡기를 메어야 하고 손에는 묵직한 망치나 도끼, 로프 따위를 또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 119 소방대원도 외견상 볼품없고 답답한 그런 복장이 필수적이며 그 모습은 괴생물체나 외계인의 모습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방대원의 이러한 복장이 화재의 열기를 견딜 수 있게 하고 묵직한 장비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양새가 좀 투박하기로서니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뚝배기에서 우려낸 음식이 그윽하고 구수한 맛을 내면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듯 역시 투박하고 볼품없는 우리의 갑옷이 있기에 시민의 안전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 119대원은 볼품없지만 무겁고 불편한 복장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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