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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종대왕의 심기가 편치 않다

최창일 /시인· 이미지평론가 | 기사입력 2019/04/30 [16:03]

요즘 세종대왕의 심기가 편치 않다

최창일 /시인· 이미지평론가 | 입력 : 2019/04/30 [16:03]
▲ 최창일 교수.     ©성남일보

[최창일 칼럼] 요즘 세종대왕께서 편치 않다. 연일 광화문 세종의 동상 앞에서 낮선 외래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 여. 야가 극열한 대립을 보이는 것이 마뜩치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기특하게도 K팝을 통해 한글의 세계화로 세종대왕을 기쁘게 한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논하는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국회만은 2015년에 패스트트랙이라는 외래어로 국회법을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격한 표현으로 페스트트랙이라는 외래어 입법의원에게는 청문이 필요하다면 과격한 것일까.

 

최근엔 홍길동전의 한글 소설이 허균의 저서다 아니다. 하는 것도 세종에게는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도 최초의 한글 소설은 허균이라 교육하였다.

 

그런데 400년 전쯤 조선중기 문신이 남긴 문집에서 한문 홍길동전이 발견됐다. 한문 홍길동전을 찾아낸 이윤석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 교수는 “한글 홍길동전은 허균이 아닌 18세기 후반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작가미상이 창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 같은 주장은 여러 곳에서 나온바가 있다. 가장 설득력이 큰 것은 허균이 탄핵을 당하고 사형을 당한다. 그의 여러 죄목에서 홍길동전을 저술했다는 죄명이 없다. 당시 홍길동전의 소설은 반역에 이르는 대역 죄인이 될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허균의 작품이라면 죄명에 들어갔을 것이 분명하다. 좀 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터에 허균이 한국 초초의  음식 평론저서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진다. 이 책에는 허균이 40 평생 먹어본 조선 최고의 맛이 기록돼 있다. 요즘으로 치면 맛 집을 일일이 순례하고 기록한 책이다. 과격한 진보주의자였던 허균에게도 개그우먼 이영자와 같이 맛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일 동안 입에서 향이 가시지 않는다는 강릉의 방풍죽, 회 한 젓가락에 돌아갈 곳을 잊게 한다는 한강의 숭어와 웅어 등 177가지 별미에 대한 평가가 들어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특산물 중에는 현재 사라졌거나 식재료로 이용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며 "조선 중기 우리 음식 문화의 실상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보여 진다.

 

다시 한글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봄볕은 고요하고 맑은 기운이 밝게 비추며 돈다. 꽃이 비단 같은 동산에 함께 피며 버들은 금당(金塘)에 가지런히 떨친다.”덕온공주(德溫公主1822~1844)가 한글로 채워 내려간 ‘자경전기’를 읽고 있으면 조선 후기 궁궐의 봄 정취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순조가 쓴 자경전기(慈慶殿記)를 조선의 마지막 공주(정실왕비가 낳은 딸)인 덕온공주가 한글을 맵시 있게 옮겨 적은 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글 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0여개의 유물들로 특별전이 공개되고 있다. 바라건대 국회의원 300명과 보좌진 2천여 명도 단체 관람을 권하고 싶다. 외래어로 입법용어를 남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다.

 

중국인 대학생 두 명이 서호릉을 걷는다. 시내 고궁이 아닌 왕들의 무덤을 산책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해설사가 동행하는 단체 관광도 아니다.

 

궁금하여 왕릉을 산책하는 뜻을 물었다. 그는 한국의 왕릉의 가치와 유일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글 유물을 보고 왕릉을 산책중이라고 한다.

 

한국은 어느 나라에 비교가 되지 않는 우리가 지켜야할 유산이 있다. 조선 왕릉은 519년간 지속된 조선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한 왕조를 이끈 왕과 무덤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함께 관리되는 사례는 동서고금 통틀어 조선왕릉이 유일하다.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해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조선은 1대 왕인 태조 이성계부터 27대 왕인 순종에 이르기까지 모두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은 이들 왕과 왕비의 무덤 총 44기 중에서 북한 지역에 있는 2개 능(제릉(개성), 후릉(황해북도 개풍군))과 폐위된 연산군묘와 광해군 등 4기를 제외한 40기다. 

 

어느 외국인은 조선의 왕릉을 둘러보고 “신들의 정원”이라는 클래식한 표현을 한다.

 

5월의 라일락 향기는 광화문 광장을 맴 돌고 있다. 허지만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은 오늘도 편치 않다.

 

다만 우리의 한글이 외래어에 밟히지 않고 언어의 향기가 될 때, 대왕에게는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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