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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단지사건 실체 규명 절실
이제 이야기가 있는 도시 만들기에 나설 때
 
하동근

이야기가 없는 도시

 

 

▲하동근 성남문화연구소장.     ©성남일보

오늘은 8.10 사건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8.10 사건은 성남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외치고 싸운 유일한 공동경험으로서 도시역사의 중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해마다 느끼는 아쉬움은 이 이야기가 성남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어서 혹은 지역사회에 관심이 없어서 혹은 이야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일 수 있다.

 

그래서 작년 30주년 행사는 8.10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사건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지역언론에 이야기 알리기, 거리 사진전, 그리고 심포지엄을 통한 성격규명하기 등의 행사를 벌였다.

 

제목에 쓴 8.10 광주대단지 민중항거는 잠정적으로 부친 이름으로 성격과 이름 찾기는 더 많은 자료수집과 연구결과가 나온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행사 이후의 반응은 성남 외부에서 나타났다. mbc와 스카이 채널의 중앙방송이 8.10을 다루었다. 또 어떤 출판사는 8.10과 관련한 책자를 발간하기 위하여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성남의 문자매체나 영상매체에서는 이 이야기를 주제로 특집이나 기획기사로 다루겠다는 곳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 성남뉴스넷이  이 8.10 사건을 기획기사로 다뤄 많은 이야기가 실렸다.

 

 도시 이야기는 도시와 사람들을 묶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성남처럼 도시역사가 짧고 유입인구가 대부분인 도시에 8.10 이야기가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최근의 지방자치의 흐름도 도시 이야기 만들기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춘천의 인형극축제 마임축제, 고양의 꽃박람회, 부천의 판타스틱 영화제, 하남의 환경엑스포 등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지역축제를 열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엄청난 지역경제효과와 사회 문화적 효과를 목표로 하는 소위 지역-마켓팅 사업에 지자체의 명운을 걸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지역 이야기에 근거한 춘천의 인형극 축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데 대하여 하남의 환경엑스포는 120억 원의 적자와 관련자의 구속이라는 실패를 초래했다.  가장 큰 원인은 지역주민과의 괴리에 있었다. 즉 지역의 이야기로 기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역과 지역주민과의 괴리가 가져오는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예를 우리는 이번 우리지역 선거에서 보았다. 자기 동네 의원을 선출하는 사람들이 다른 동네 투표용지인지도 모르고 신나게 도장을 찍어 댄 사람이 214명이다. 다행히 215번째 사람이 잘못된 투표용지를 발견했다.

 

이를 수학적으로 단순화한다면 자기 동네 의원 후보의 이름을 알고 투표한 사람이 0.5%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99.5% 이상의 사람이 지역 정치를 담당할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투표했다는 말이 된다. 지역정치의 기반이 어떠한지 지방행정이 지역주민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그리고 지역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이 어떠한지를 우리 모두 반성해야할 일이다. 이야기가 없는 도시의 슬픈 자화상이다.

 

우남공원과 우남로를 8.10 공원과 8.10 로로 바꾸자

 

도시 이야기는 도시민들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나 구조물이  매개기능을 하는 것은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공원, 이야기가 있는 거리가 늘 도시민 곁에서 얘기하게 하자는 것이다.
 

 

우남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평가 논외로 하고라도 우남공원과 우남로는 그 이름의 근거가 박약하다.  원래 우남로는 산성동에서 남한산성 남문에 이르는 길을 우남에게 청원하여 뚫어진 길이라고 광주군수가 부쳤던 이름이다.

 

그러나 성남시가 만든 공원과 길은 우남 하고는 무관한 것이다. 성남사람들의 혈세로 만든 공원과 길에 성남사람도 아닌 이승만의 이름을 부치려면 성남사람들과 우남 본인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성남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멋진 이야기가 살아있는 자랑스런 8.10을 그 공원과 거리에 부쳐주면 될 일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제안하고자 한다. 우남공원과 우남로를 8.10 공원과 8.10 로로 바꾸자고.

 

8.10의 이야기는 도시빈민운동의 근거로서 자리잡고 있다. 이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윤흥길은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를, 조세희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남겼고 이들은 한국 빈민문학의 효시가 되었다.

 

8.10 이야기는 부끄러워하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건강성을 살려내면 성남시 정체성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지난한 생존조건하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가능성과 이들을 만들어 내는 개발정책의 구조적 몰인간성을 대비한 작가의 한스러운 외침이다. 
 
이제 이 이야기가 성남사람 모두의 이야기가 되게 하자. 그래서 이야기가 없는 도시의 개별화를 넘어서고, 성남에서 서울의 얘기만 늘어놓는 서울의 일상을 극복하자. 

 

[성남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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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8/10 [11:23]  최종편집: ⓒ 성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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