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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민단체는 애증의 관계

이건행 | 기사입력 2002/09/02 [21:46]

언론과 시민단체는 애증의 관계

이건행 | 입력 : 2002/09/02 [21:46]







▲이건행.     ©성남일보
m형!
형이 나에게 읽어보라고 권한 장호순 교수의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언론과 시민운동단체와의 관계였습니다. 그 책에는 물론 그 관계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습니다. ‘옥천신문’이 옥천에서 안티조선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떠오르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던 것입니다.


왜 지역언론이 시민운동단체에서나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그 지역 시민운동단체는 뭣하고 있는 걸까? 그 동네에서는 언론과 지역운동단체가 어떤 관계를 맺고 굴러가고 있는 걸까?


그러면서 독일의 저 유명한 시사주간지 슈피겔(거울)지가 떠올랐습니다.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아니다’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사시인 이 시사지는 독일(당시 서독)의 재야세력이 힘을 잃고 나앉았을 때 독야청청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자 재야세력들은 하나 둘씩 슈피겔의 깃발 아래 다시 뭉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슈피겔지에 관한 연구논문을 읽으면서 언론인으로서 자긍심을 느꼈던 게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아, 언론은 시민운동보다 더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구나!’


그런데 시민운동단체가 나앉기는 커녕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 시대에 왜 옥천신문은 자신의 고유 역할뿐만 아니라 시민운동단체에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슈피겔지보다 더 독한 신문이어서 그런 걸까? 그렇지 않다면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이 의문은 결국 언론과 시민운동단체와의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m형! 결론부터 말한다면 내 생각은 둘의 관계가 애증의 관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미움의 관계!


널리 알다시피 언론과 ngo는 제4의 권력입니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위험한 길도 걷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위험한 길은 아마 권력지향적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 필요는 없겠지요?


그래서 나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둘을 별도로 감시하는 단체도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언론을 감시하는 단체는 미약하나마 존재합니다. 그러나 시민운동단체를 감시하는 단체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나타날 기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이 시민운동단체를 감시해야 합니다. 명망가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여대생을 성폭행한 것이나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서 버젓이 자신이 쓴 칼럼이라고 언론에 기고한 사건 등 그야말로 드러난 것만 보도할 게 아니라 시민운동단체의 활동이 합리적인 근거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어느 단체(인물)가 가장 민주주의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등 일상적으로 다뤄야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그저 시민운동단체에서 주는 보도자료를 앵무새처럼 받아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민운동가가 발표한 자료나 성명서 이면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안다 하더라도 지나치기 일쑵니다. 시민운동단체가 진정 이 사회의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 뒤따라야할 것입니다.


거꾸로 시민운동단체도 언론에 대해 더욱 매섭게 감시하고 비판해야한다고 믿습니다. 자신들의 활동이 오로지 언론을 통해 국민이나 시민들에게 알려지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좋은 관계만을 위해 언론의 못된 습성을 지나친다면 그것은 침묵의 카르텔입니다.


그 침묵의 카르텔이 이 지역사회에서는 공공연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언론사와 지역언론 기자, 지방일간지 주재기자와 중앙일간지 주재기자에 대해 어떠한 비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기자실(중앙지 주재기자실)이 건재한데도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는 걸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m형!
시민운동단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대할 건 연대하고 아닌 건 이의를 다는 지역언론인이 되십시오. 그것이 시민운동단체에게도 진정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옥천신문이 안티조선운동을 하는 것처럼 시민운동단체에서 미처 하지 못하는 한 부분을 떠맡아서 하는 것이야말로 연대가 아닐까요?


m형!
마지막으로 시민운동단체의 비판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지역언론인이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애증의 관계, 그 관계에서 형이 뜻하는 바대로 일이 잘 돼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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