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당신들 검사 맞아?
최소한의 합리도 개혁도 없었다

대통령 평검사 토론에 관한 긴급시론

이건행 | 기사입력 2003/03/10 [06:00]

당신들 검사 맞아?
최소한의 합리도 개혁도 없었다

대통령 평검사 토론에 관한 긴급시론

이건행 | 입력 : 2003/03/10 [06:00]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은 미증유의 대사건이었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직접 만나서 민감한 사안을 놓고 공개 토론하는 것은 앞으로도 구경(?)하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9일 있었던 토론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토론에 참석한 대부분의 검사들이 합리적이고도 개혁적인 제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사들과 토론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제공
왜 검사들은 이날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모든 걸 비판하라고 멍석을 깔아줬는데도 합리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못했는가? ‘토론의 달인’인 대통령 앞이었기 때문에 주눅 들어서 그랬는가? 아니면, 검사들의 본 모습이 합리와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랬는가?


전자는 사실 설득력이 없다. 평검사들은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 부쳤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적 영역에 대한 부분-대통령이 토론의 달인이므로 말로 제압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대통령의 형이 말실수를 한 것, 나오지도 않은 대학 학번 거론 등-도 발언한 것은 패기만만하게 토론을 했다는 반증이다.


논점을 일탈해가면서 자유롭게 발언한 평검사들은 그러나 토론의제인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설득력 있는 비판이나 대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밀실인사와 정치인 개입인사라는 비판도 비난 수준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입증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럴듯한 사실관계 하나만이라도 들이대야 비판이란 말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 때문에 대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귀결일지도 모른다. 굳이 변증법적 논리학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논리 전개상 정확한 비판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안이란 존재하지 않거나 뜬구름 잡기다. 모순된 현실에 대해 그야말로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하지 않고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평검사들이 검찰 인사권(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이양하라고 요구한 게 대안이라면 대안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대안이 아니다. 노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검찰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검찰에 대한 견제를 포기하라는 주문이어서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토론과정에서 명백히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평검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 요구를 반복했다. 억지를 부린 것이다. 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범죄사실을 인정하라고 다그쳐 온 탓에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 의견을 깔아뭉갠 것일까? 적어도 토론회에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한 평검사들은 이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평검사들이 억지를 부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가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참석한 한 검사가 자신들을 이른바 386세대라고 지칭한 데다 대통령과 코드가 같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개혁을 갈망하고 있음에도 전혀 대안이 될 수 없는 대안을 고집한 이유는 일단 형식적인 반성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발언한 검사들은 대부분이 검찰이, 자신들의 선배들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으나 진지하거나 깊이 아파하는 기색이 없었다.


정치검찰에 대한 형식적인 반성과 인사권 이양에 대한 맹목적 주장. 이 둘의 관계는 별개가 아니라 아주 밀접하다. 검찰조직에 대한 지고지순한 애정이 둘의 공통분모인 것이다. 그것은 배타적 애정이기도 하다. 한 검사가 정치검찰의 원인이 정치권에 있다고 발언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검찰은 궁극적으로 잘못이 없으며 때문에 인사권만 주면 조직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오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타자와의 관계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이 이기적 집단주의는 권력을 항구적으로 쥔 사람들의 특권의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검사들의 발언에 차별성이 없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최소한의 합리와 개혁이 결여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평검사들의 발언에서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사회적 연대나 책임을 모르는 천박한 집단주의를 보았다면 지나친 비판일까? / 언론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