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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교육과 돌봄의 공동체성 기대

양윤이/한국돌봄진흥원 원장·한국방과후학교학회 이사 | 기사입력 2024/12/18 [07:49]

늘봄학교, 교육과 돌봄의 공동체성 기대

양윤이/한국돌봄진흥원 원장·한국방과후학교학회 이사 | 입력 : 2024/12/18 [07:49]

▲ 양윤이 원장     

[양윤이 칼럼] 시골에서의 어린시절은 학교와 놀이터 그리고 동네와 집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학교 공부는 한글과 숫자 정도 익히면 무난한 것으로 여겼고, “공부해라”는 잔소리도 별로 없었다. 학교는 동네 아이들이 모인 곳이니 운동장과 교실 구분할 것 없이 놀이터 역할을 병행하기도 했다. 혹시 부모님께서 바깥일로 바빠서 돌봐주지 못하더라도 동네 어르신들이 부모 역할을 보완해주셨고, 다자녀인 부모라 할지라도 대부분 이웃은 친척 관계인 경우가 많아서 돌봄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1가구 당 4자녀 이상으로 인구가 급증하여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여 1996년에는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고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2023년 0.72명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지표누리, 2024).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예측지표보다 감소 추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요인으로는 ‘도시화와 여성의 권익 증진, 수도권 과밀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등을 꼽는다. 이 중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으로는 ‘결혼, 출산, 자녀양육’을 들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의 맞벌이 여성의 경력단절은 아동돌봄 절벽으로 표현될 만큼 돌봄 공급량(약 12.5%)이 부족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6.0%로 중학교(75.4%)와 고등학교(66.4%)에 비해 높고, 사교육 참여시간도 주당 7.5시간으로 중학생(7.4시간)과 고등학생(6.7시간)보다 길다. 초등학생 전체 평균 사교육비의 경우, 월 39만 8천 원으로 전년 대비 약 5.7%~6.8%가 증가해, 학교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통계청・교육부, 2024).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일수록, 고소득‧맞벌이 가구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고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가정 내 학습지도 시간의 부족으로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저출생과 사교육 의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생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어왔다.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돌봄 관련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확대되면서 초등학생의 돌봄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늘봄학교 정책은 2023년 교육부의 늘봄학교 운영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2024년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 2024년 초1에서 2025년 초2까지 대상 학생이 확대되고,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이 참여한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초등학교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개선한 단일체제로서 희망하는 초등학생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초등학교 입학 후 저학년 시기의 돌봄공백은 경력단절과 사교육비 증가로 연결되고 있는 바, 기존의 방과 후‧돌봄 분리 체제에서 나타난 돌봄 대기자 발생,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 발생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정리하자면,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 시간에 희망하는 학생·학부모 누구나 만족하며 누릴 수 있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하는 ‘맞춤형 프로그램’과 기존 초등 돌봄과 방과 후를 개선한 ‘선택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1~2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은 학생의 성장‧발달에 맞게 학습과 놀이, 적응이 결합된 형태로서 예체능, 사회・정서, 디지털‧AI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학생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제공한다. 

 

선택형 프로그램은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과 ‘선택형 돌봄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은 정규수업 외 추가 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학부모의 수요에 따라 교과, 특기적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택형 돌봄 프로그램은 정규수업 외 추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늘봄교실 등의 공간에서 보호, 자율활동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늘봄학교는 학부모의 필요에 따라 운영시간을 연장하여 아침돌봄, 저녁돌봄, 틈새돌봄, 긴급돌봄도 제공한다. 교육부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교별로 늘봄실무사를 배치하였고, 교육(지원)청은 늘봄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단위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단위 학교는 지역사회의 대학, 기업, 지자체, 지역 돌봄 기관 등과 연계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2024년 2학기 약 29만명으로 전체 1학년 학생의 82.8%(교육부, `24년 9월 기준)에 이를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늘봄학교 정책의 학부모 만족도 역시 85.7%(한국교육개발원, `24년 12월 기준)로 매우 높은 편이다.

▲ 사진 / 픽사베이  

이처럼 늘봄학교는 심각한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소위 학원 뺑뺑이에 따른 양육 부담, 초등학교 입학 시기 전후에 야기되는 부모의 경력단절 고민 등을 덜어주는 정책이다. 그리고 온 마을이 나서서 함께해야 하는 통합의 정책이기도 하다. 시골에서의 옛 어린시절 경험처럼 늘봄학교가 배우면서 놀고 놀면서 배우는 아동 중심의 ‘늘 따뜻한 봄’으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서로 협력하여 진정한 교육과 돌봄을 책임지는 행복한 터전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늘봄학교의 성공적 운영이 양육하기 좋은 기업문화 환경조성 등 저출생과 공동체성 회복에도 긍정적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모두가 합심하여 아동의 훌륭한 이웃이 되어보자. 무엇보다 아동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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