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인류가 시작하는 옆에서 시가 곁눈질하고 있었다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 | 기사입력 2025/03/08 [10:43]

인류가 시작하는 옆에서 시가 곁눈질하고 있었다

최창일 / 시인· 이미지평론 | 입력 : 2025/03/08 [10:43]

▲ 윤동주문학관 전시장 전경.   © 사진 / 최창일

[최창일 칼럼] 커피를 마시던 송재구 회장은 서정시와 서사시의 차이점을 물었다. 지난번에는 시인(사람)에 관해 궁금하더니 오늘은 시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다. 반세기 넘게 시도반을 응원해준 송 회장에 최대한 쉽게 시의 기본을 전해주고 싶다.

 

서정시(抒情詩)와 서사시(敍事詩)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한문 첫 글씨부터가 다르다. 먼저 서정시(抒情詩)를 살펴보면, 서(抒)가 뜻하듯 ‘퍼낸다’처럼 시인의 개인적인 감정과 정서를 우물물 퍼내듯 하는 행위다. 이는 주관적인 감정을 압축된 언어와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일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이 특징이다. 음악성과 심미적(아름다움의 구별) 복합성을 지니며, 리듬과 운율을 활용하여 시인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서정시를 생각하면 시도반(詩道伴)은 김소월이 생각난다. 다른 나라를 포함하여 수많은 시인의 서정시를 읽어봐도 김소월의 리듬 탄, 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뮤지션으로 치면 소월의 시에는 한국인의 솔이 음줄, 음줄, 들썩, 들썩 들어 있다. 소월의 시에는 피아노, 기타가 열 개는 더 들어 있는 운율의 시다.

 

역사를 들추면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서사시와 비극 사이에서 발전했다. 서정시의 아버지쯤으로 부르는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기원전 448~기원전 380)의 시인과 같은 어른을 들 수 있다. 

 

중세와 근대에 들어서며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와 셰익스피어(Shakespeare, 1564~1616) 등이 근대 서정시를 완성했다. 19세기 들어 낭만주의(浪漫主義)가 서정시를 더욱 발전시켰다. 독일의 괴테와 실러, 영국의 블레이크와 셸리 등이 대표적이다. 

 

19세기 말부터는 자유시와 산문시 형태로 발전해 왔다. 보들레르와 투르게네프 시인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서정시의 원조는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시작되어 신라의 최치원, 고려의 이규보, 조선의 황진이 등을 들 수 있다. 근대에는 정지용, 한용운, 김소월, 윤동주 등이 주도했다. 

 

서사시(敍事詩)는 한문의 서(舒)가 뜻하듯 차례(순서)에 따라서 역사적 사실을 시의 건축에 활용하는 것이다. 신화, 전설, 또는 영웅의 사실을 주제로 한 장편 시다. 자연이나 사물의 창조, 신의 업적 등을 이야기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며, 주로 운문의 형식으로 쓰이고 있다. 서사시는 객관적 문학의 총칭으로도 사용되며, 작자의 주관이 불명확한 특징이 있다. 유명한 서사시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인도의‘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등이 있다.

 

서사시의 기원으로 알려진‘길가메시’는 폭군에 불과했던 한 인간이 고대에 지혜자요 신(神)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모험과 실패,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자 영웅 신화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서사시 원문의 초기 번역서를 접한 후 환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문학을 나누는 모두에게 “정말 굉장해요!”라고 외치고 다녔다. 천진한 릴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도 그럴법한 것은 4천 년 동안 잠자고 있던 고대의 서사시 역사가 풀렸기 때문이다.

 

인생의 본질과 성장에 관한 고민은 과거나 현재나 흡사했다. 길가메시는 영생을 향한 인간의 열망, 죽음을 앞둔 자의 고뇌와 분투,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 후 들어선 깨달음의 길 등, 인문적인 사유가 박진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와 절묘하게 언어 미를 보인다. 

 

인류 역사 초기에 신들이 인류를 멸하려고 일으킨 대홍수 이야기와 망자들의 음울한 세계에 대한 묘사도 흥미진진하다. 길가메시는 세상 끝에서 대홍수의 생존자 우타나피쉬티에게서 얻은 지혜 덕분에 나라의 사원들과 홍수 이전의 이상적인 제례들을 복원한다. 그는 고대인들이 기록한 군왕 명부에도 있으므로, 아서 왕처럼 실존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표 서사시는 이규보가 지은 ‘동명왕 편’이다. 이 작품은 한국 고대 시의 대표작으로, 신라의 창건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 현대 서사시의 대표작으로는 고은의 ‘백두산’이 있으며, 이는 한국 현대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리욱은(중국 조선족) ‘고향 사람들’이라는 서사시로 한국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내며, 한국-중국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헌은 ‘청송 두 그루’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한, 신동엽, 신경림, 등도 한국 현대 서사시의 주요 인물로, 각각 ‘금강’, ‘새재’ 등의 작품을 들 수 있다. 신동엽의 금강은 군사정권 시절에는 금서가 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