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인간 41
봄밤 / 김소월 시인
실버들 나무의 거무스레한 머릿결인 낡은 가지에 제비의 넓은 깃 나래의 감색 치마에 술집의 창 옆에, 보아라, 봄이 앉았지 않은가.
소리도 없이 바람은 불며, 울며, 한숨지어라 아무런 줄도 없이 섧고 그리운 새카만 봄밤 보드라운 습기는 떠돌며 땅을 덮어라. ....................................................................... 봄은 시의 계절이다. 소월, 영랑을 비롯한 많은 시인은 봄의 시편이 그리도 많다. 시는 봄의 가슴에 안긴다. 죽은 것 같은 나무들이 창을 열고 나의 시간이 왔다며 웃는다. 버드나무의 가지, “제비의 넓은 깃, 술집의 창 옆에”도 찾아왔다.
시에 봄이 왔다고 마냥 따사롭기만 하지 않다. “소리 없이 바람은 불며, 울며, 한숨”짓는다. 소월의 봄밤은 유독 “새카만 봄밤”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유독 새카맣다. 영랑은 “나의 봄”을 기다리겠다 한다. 소월의 봄밤은 아직은 문 앞에 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보드라운 습기는 떠돌며” 아직은 “땅을 덮”고 있는 것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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